3년 만에 잡은 대본 탤런트 장혁 “다시 처음처럼…”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코멘트
전남 신안군 증도에서 드라마 촬영중인 탤런트 장혁. 그는 “군 복무 동안 쌓였던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고 싶었고 드디어 기회가 왔다”며 강한 열정을 보였다. 사진 제공 MBC
전남 신안군 증도에서 드라마 촬영중인 탤런트 장혁. 그는 “군 복무 동안 쌓였던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고 싶었고 드디어 기회가 왔다”며 강한 열정을 보였다. 사진 제공 MBC
■ 드라마 ‘고맙습니다’로 돌아온 탤런트 장혁

반항적인 눈빛, 턱을 약간 올리고 입술을 삐쭉거리며 ‘씩’ 웃는 모습….

데뷔 초 드라마 ‘학교’(KBS·1999년)를 통해 만들어진 탤런트 장혁(31) 특유의 이미지다. 그의 20대 연기인생을 지배했던 반항아 모습. 하지만 이젠 그에게도 세월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군 제대 후 처음으로 14일 공식적인 인터뷰를 가진 장혁은 살이 빠져 눈매가 더 깊어 보였고 수염을 길러서인지 점잖아 보였다.

“제대한 뒤 드라마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대본 연습을 하러 가는데 너무 흥분됐어요. 나중에 체크해 보니 혈압이 다 상승했더라고요. 정말 1996년 처음 데뷔하던 그 마음이네요. 다시 촬영을 하면 카메라를 제대로 못 볼 줄 알았어요. 군대에서 고민한 여러 가지 생각,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어요.”

그는 21일부터 방영되는 MBC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극본 이경희·연출 이재동·오후 9시 55분)의 주인공 ‘민기서’ 역을 맡았다.

2004년 그는 송승헌, 한재석과 함께 연예인 병역 기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재신검을 받고 그해 11월 입대해 강원 화천군 승리부대에서 군 생활을 마쳤다. 혹시 모를 비난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태도였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열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놨다.

“1996년 데뷔해서 군대를 가기 전까지 쉰 적이 없어요. 2년 멈추다 보니 처음에는 TV를 못 보겠더라고요. 연기하고 싶은 생각을 참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훈련하고 몸이 힘든 것보다 그게 가장 어려웠어요. 제대 후 의정부 세트장에서 촬영하고 돌아오는데 혹한기훈련을 뛰고 있는 군 장병들을 봤어요. 다시 연기를 하는 것이 너무 소중했습니다. 비판도 제가 견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서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의사지만 거만하고 오만방자한 성격을 가진 인물. 기서는 애인이 죽은 뒤 외딴섬에 가고 그곳에서 수혈 때문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걸린 여덟 살짜리 아이를 둔 미혼모 영신(공효진)을 만나면서 점차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스타로 주목을 받다가 대중에게서 격리됐던 경험 때문인지, 아니면 30대에 접어든 청춘스타의 고뇌 때문인지 그의 말속에는 성숙함이 담겨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 같아요. 그 경험을 연기자로서 어떻게 표현하느냐, 그리고 연기에서 사람 냄새가 날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단 것을 깨달았어요. 레이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상대편 후보가 ‘당신은 너무 늙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대요. ‘노쇠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경험과 그걸 풀어갈 자세가 있다’고요. 저에겐 이제 어떤 자세를 가지고 어떻게 다시 시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는 그간의 경험이 배우로서의 외연을 확장시켰다고 말했다. “군대 막사 뒤에서 담배를 한 대 물 때면 하늘을 봤어요. 이 드라마는 하늘 같아요. 기서를 연기하면서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먼저인지, 병을 냉정히 봐야 하는 것이 먼저인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아, 제대하는 길을 걸어가면서 ‘내가 다시 해낼 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안돼도 후회는 하지 말자. 잘되면 좋은 것이고’라고 다짐했죠. 지금은 연기해서 행복하다는 것밖에 없어요. 연기를 통해 사람다움과 희망을 이야기할 겁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