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77>事易求難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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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쉽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삶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누가 뭐라고 말할 때, 이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을 굳이 비뚤게 생각하고 오해하며, 그러다가 스스로 괴로워하는 사람은 삶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태만하게 생애를 보내며 곧잘 신세 한탄을 하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노력하기가 힘들면 노력하는 흉내라도 내면 될 일이 세상에는 적지 않다. 있는 대로 버는 대로 살아가며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쉽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며 타인에 대한 봉사를 즐기는 사람도 삶을 쉽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노력은 하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은 삶을 가장 쉽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事易求難(사이구난)’이라는 말이 있다. ‘事’는 ‘일, 일하다, 일하기’라는 뜻이다. ‘實事求是(실사구시)’는 ‘실제적인 일에서 옳은 것을 구한다’라는 뜻이다. ‘實’은 ‘실제적’이라는 뜻이고, ‘求’는 ‘구하다, 찾다’라는 뜻이다. ‘是’는 ‘이것, 옳은 것’이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옳은 것’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易’는 ‘쉽다’라는 뜻이다. ‘求職(구직)’은 ‘직장을 구하다’라는 말이고, ‘求人(구인)’은 ‘사람을 찾는다’라는 뜻이다. ‘難’은 ‘어렵다’는 뜻이다. ‘避難(피난)’은 ‘어려움을 피하다’는 말이고, ‘困難(곤란)’은 ‘괴롭고 어려운 처지’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합치면 ‘事易求難’은 ‘일하기는 쉬운데, 어려운 것을 찾는다’, 즉 ‘쉬운 일을 어렵게 한다’는 말이 된다. 일을 쉽게 하려면 일의 진실을 보면 된다. 가끔 우리는 일의 진실을 놓친다. 정치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 국민의 뜻을 따르면 된다. 국민의 뜻을 알기가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진실로 알기를 원하면 이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쉬운 일을 어렵게 하는 것은, 사실은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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