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조르주 레미란 만화 작가가 있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을 읽었다. 하지만 조르주 레미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 대신 사람들은 에르제라는 이 작가의 필명에 익숙하다.
벨기에인인 에르제는 유명한 만화 ‘탱탱’(그림)을 그린 작가다. ‘탱탱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에르제는 1907년 5월생.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당연히 다양한 행사가 전 세계에 걸쳐 열리고 작품 세계의 재조명이 이뤄질 예정이다.
만화의 주인공 ‘탱탱’은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퀴프예, 독일에선 팀, 핀란드에선 틴티로 불린다. 전 세계에서 골고루 인기를 누린다는 증거다. 탐험가이자 기자인 탱탱의 모험담은 60개 언어로 번역돼 총 2억 부 이상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탱탱과 그의 충견 밀루는 1929년에 태어났다. 첫 번째 모험담 ‘소비에트 나라의 탱탱’은 벨기에에서만 흑백으로 출판됐다. 탱탱의 성공 신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시작됐다. 이 만화는 컬러로 인쇄돼 주간지 형식으로 출판됐다. 이 주간지는 ‘7세에서 77세까지, 젊은이들의 잡지’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이 표어가 바로 ‘탱탱’의 성공 비결을 가리킨다. 정의, 신의, 우정, 호기심, 용기가 뒤섞인 ‘탱탱’에 남녀노소가 모두 열광했다.
탱탱은 못하는 게 없다. 비행기를 조종하고, 달에서 걷고, 잠수복을 입고 바다를 탐험하고, 말을 타고,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등산하고, 진짜 카우보이처럼 총을 다룬다. 이처럼 탱탱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꿈꾸게 하는 인물이다.
그는 우리에게 세계 일주의 희망을 갖게 하고 신비한 것들에 대한 열정을 갖게 한다. 우리는 탱탱과 함께 식민지 시대의 아프리카 탐험을 떠나고, 꼭꼭 숨은 아마존의 원시 부족들을 찾아간다. 해적이 남긴 보물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발칸 반도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 속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 일제 침략기의 중국, 게릴라가 활동하는 중남미 등 어디로든 우리를 이끈다.
단순히 재미만 좇는 여행이 아니다. 에르제는 석유 문제, 노예제도 같은 심각한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그와 함께 우리는 인류학, 역사, 세계의 미스터리 등 다양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다.
‘탱탱’은 모든 연령대의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만화다. 단지 읽기만 하는 게 아니다. 탱탱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다. 필리프 고댕이란 사람은 5권에 걸쳐 ‘탱탱’의 연대기를 분석했다. 탱탱이 실존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려 한 조사 보고까지 있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자동차 운전 장면’만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연구도 있다. 책 속에서 탱탱은 늘 차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모는 반면 악당들은 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운전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표현한 작가의 의도가 분석 대상이었다.
샤를 드골은 “전 세계에 걸쳐 나의 유일한 라이벌은 탱탱”이라고 말했다. 그는 “탱탱과 나는 거인(미국)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 소인들이다”라고 덧붙였다. 드골의 이 한마디는 ‘탱탱’이 사회 구석구석, 모든 계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잘 말해 준다.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에서 탱탱을 읽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히기도 했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