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올해 나오는 영화들

  • 입력 2007년 1월 2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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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런 영화들이 나온다

108편의 영화가 제작돼 거품 논란마저 일었던 2006년 영화계를 지나 올해 영화계는 차분히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제작 편수도 60~70편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감독과 배우들은 여전히 '내 인생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작업 중이다.

2007년 영화계의 흐름을 살펴본다.

◇실제 사건만 한 소재도 없다

2월1일 개봉 예정인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는 1991년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놈 목소리'가 주목되는 건 박 감독의 전력 때문. 70대 노부부의 성을 솔직하게 그려낸 '죽어도 좋아'에 이어 에이즈에 걸린 여성과 그를 사랑하는 남자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너는 내 운명'이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놈 목소리'는 연기파 배우 설경구가 최근의 흥행 부진을 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과 오랫동안 연기 활동을 쉬어온 김남주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또 다른 화제를 담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짚어보는 영화도 나온다.

한국 현대사의 큰 전환점인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본격적으로 다룬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가 대표적. 70억 원이 넘는 제작비와 함께 광주 시민,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다. 김상경, 이요원, 안성기, 이준기 등이 출연한다.

유명 연극연출가인 이상우 씨가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맡은 '작은 연못'은 노근리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 20억~30억 원 규모의 비교적 적은 제작비가 투여됐지만 이미 대학로에서 검증받은 이 감독의 연출 역량에 기대를 걸게 한다.

MK픽처스의 심재명 대표는 "이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라는 점 때문에 배우들이 기꺼이 출연해 이 정도 제작비로 가능했다"며 "독특한 구조의 영화로 평가받을 것"이라 말했다.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건다

명불허전(名不虛傳).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일단 기대를 걸게 하는 작품들이 있다.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과 이창동 감독의 '밀양'.

감독들의 단명에 우려를 갖고 있는 영화계에서 100번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크나큰 의미를 지닌다. 임 감독은 "이 영화가 '서편제'의 속편 격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지만 이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평가받고 싶어하는 노감독의 의지를 드러내는 말. 이청준 씨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 송화ㆍ동호 등 주요 배역이 '서편제'와 같다.

'밀양'은 한동안 영화계를 떠나 있던 이 감독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 감독으로 활동하는 동안 만들었던 영화들이 국내외에서 호평받았기에 그가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에 관심이 큰 것. 여기에 송강호, 전도연이라는 당대 연기력 최고의 배우가 합류했다는 점 역시 기대를 걸게 한다.

◇콤비, 다시 뭉치다

흥행작을 내놓았던 감독과 배우 콤비가 다시 뭉쳐 영화를 내놓는 것도 특징적.

가장 먼저 파격적인 성 묘사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음에도 412만 관객을 동원했던 '색즉시공'의 윤제균 감독-임창정ㆍ하지원 콤비가 '1번가의 기적'을 만들어 2월15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색즉시공'은 윤제균 감독과 하지원이 영화계에서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는 계기를 줬던 작품이다. 코미디 장르이긴 하지만 휴먼 드라마의 성격이 짙다.

'선생 김봉두'의 장규성 감독과 차승원이 다시 손을 잡고 '이장과 군수'를 내놓는다. '선생 김봉두'는 차승원을 단독 주연을 맡을 수 있는 배우로 올려놓았던 작품. '혈의 누' '박수칠 때 떠나라' '국경의 남쪽' 등 한동안 코미디 장르를 벗어나 있었던 차승원이 다시 코미디에 도전한다.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재회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작품으로도 손꼽힌다. 일제시대 만주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이라는 기발한 발상과 함께 전 촬영이 호주에서 진행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제작비도 100억 원 정도로 책정돼 올해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형사:Duelist'의 이명세 감독과 강동원도 'M'으로 또 한번 호흡을 맞춘다. 사라진 기억에 대한 슬픈 사랑 이야기라는 기본 줄거리로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을 담는다. 강동원과 함께 공효진, 이연희가 출연한다.

◇'왕의 남자' 영광 다시 한번

전혀 예상치 않았던 흥행 기록을 세운 '왕의 남자'와 한석규의 재기에 방점을 찍은 '음란서생'의 성공을 이어가려는 사극들도 눈에 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은 장윤현 감독과 송혜교의 만남인 '황진이'. 사극이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에 세트 제작비 등에 만만찮은 돈이 들어 70억 원대의 순제작비가 든다. '파랑주의보'로 영화계에서 쓴 잔을 마신 송혜교가 드라마 '황진이' 성공의 부담을 덜면서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의 김인수 대표는 "서정적인 느낌 외에 액션이 의외로 많이 들어가 새로운 해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탁환 씨 원작 '방각본 살인사건'의 영화화도 착착 진행 중. '세이 예스' 조감독 출신인 김태균 감독이 이 영화에 출연했던 김주혁과 손잡고 조선 정조시대 권력층의 충돌을 살인사건 소재의 미스터리물로 풀어낸다.

'분홍신' '와니와 준하'를 만든 김용균 감독은 명성황후와 무사의 사랑을 그린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만들 예정.

◇우리가 만든 멜로는 다르다

유명 감독들의 멜로 영화도 빠질 수 없다. 우선 영화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작품은 이준익 감독의 '매혹'. 일찌감치 정진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4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임을 분명히 했다.

이 감독은 "사랑이 젊은 남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낸 40대가 부딪히는 사랑을 밀도 있게 그릴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등을 통해 작년 영화계에서 최대의 수확으로 꼽히는 이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만으로도 관심권 안에 드는 작품.

'외출'로 평단과 관객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도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이다.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황정민과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임수정을 내세워 '행복'을 만든다.

'번지점프를 하다' '가을로' 등으로 멜로 영화 감독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김대승 감독도 50대 멜로를 표방한 '연인'을 만들 계획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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