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토크]와인업계 거물들 “한국이 블루오션”

  • 입력 2006년 11월 1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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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흥하면 손님이 많다’는 속담이 있다. 집안이 화목하고 집 주인의 덕망이 높으면 사람을 꺼리지 않아 손님의 발길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올해 한국 와인업계에는 유난히 손님이 많다. 특히 지난달 31일엔 모처럼 찾은 ‘귀한 손님’들로 술렁였다. 와인업계의 거장 두 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와인 제조의 ‘황금 손’으로 통하는 와인 컨설턴트 미셸 롤랑 씨와 특급 와인 샤토 마르고의 오너인 코린 망첼로풀로 씨가 그들이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계의 실력자인 앙드레 뤼통, 프랑스 론 지방의 명품 와인 샤토 드 보카스텔의 오너 피에르 페린 씨 등은 이미 한국을 다녀갔다.

와인업계 거물의 방한은 연말까지 계속된다. 샤토 무통 로칠드 150주년을 기념해 바롱 필리프 드 로칠드 사장인 그자비에 드 에자기르 씨가 방한할 예정이다. 또 보르도 그랑 크뤼 연맹(UGCB)에 소속된 와이너리 60여 곳의 소유주와 최고경영자(CEO)들이 28일 ‘그랑 크뤼 시음행사’를 위해 대거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 와인시장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평가했다.

롤랑 씨는 “지금까지 가본 세계 어느 곳보다 역동적”이라며 “한국 와인시장의 엄청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와인의 여왕’으로 불리는 망첼로풀로 씨는 “프랑스 와인업계에선 요즘 일본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시장이 화제”라고 전했다. 특히 한국 애호가들의 와인 지식과 열정에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해외 와인업계 CEO들의 방문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이어졌지만 거물급들의 방한 러시는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 와인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한국 와인시장 규모는 아직 일본의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커가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지난해 2800억 원 규모에서 올해 3800억 원으로 35%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와인업계 거물들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잠깐!=이들의 방한을 지켜보면서 ‘큰 쌀독 열어놓고 손님 대접한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후하게 인심만 쓰고 실속은 챙기지 못하는 건 아닐까란 걱정 때문이다.

같은 돈을 쓰면서도 일본보다 나쁜 조건으로 와인을 수입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손님이 많이 오는 것도 좋지만 ‘쌀독의 쌀’이 아닌 와인 소비국의 위상을 인정받는 날을 기다려본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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