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저미는 탱고 '에비타'-화려한 플라멩코 '돈 주앙'

  • 입력 2006년 11월 7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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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타’의 탱고
‘에비타’의 탱고
‘돈주앙’의 플라멩코
‘돈주앙’의 플라멩코
‘돈주앙’의 플라멩코
‘돈주앙’의 플라멩코

▲ ‘돈 주앙’뮤직 비디오

탱고의 암울한 열정과 플라멩코의 강렬한 정열을 맛본다.

짧지만 강렬한 삶을 살다간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의 삶을 다룬 뮤지컬 '에비타'와 호색한 돈 주앙의 치명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린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은 각각 '탱고'와 '플라멩코'가 볼거리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춤을 이해하면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두 뮤지컬을 살펴봤다.

●'에비타'의 탱고

'에비타'의 첫 장면은 에바 페론의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에바의 죽음을 애도하는 서민들은 슬픈 선율에 맞춰 상체와 상체를 맞대며 느릿느릿 움직인다. 마치 심장 박동을 나누려는 듯,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려는 듯….

'에비타'의 탱고협력연출을 맡고 있는 조명희 땅고아르떼 단장은 "탱고는 아르헨티나 이민자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외로움을 달래려는 데서 출발한 만큼 가슴과 얼굴 등 상체를 밀착해서 추는 것이 특징"이라며 "탱고 동작을 배우의 걸음걸이에 변형시킨 첫 장면은 이런 탱고의 정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포에버 탱고' 등 탱고만을 보여주기 위한 공연은 많지만 뮤지컬 중 탱고의 맛을 드라마에 제대로 녹여낸 것은 '에비타'가 유일하다.

'스텝이 엉켜도 다시 추어나가면 되는(Tango On)' 탱고는 곧 삶의 자세에 대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온갖 역경을 딛고 아르헨티나의 '국모'가 된 뒤 서른네 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에바 페론의 강렬한 삶의 드라마는 탱고와 멋지게 어우러진다.

춤 자체로서 탱고의 매력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면은 1막 중 에바가 성공을 꿈꾸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는 대목이다. 30명에 가까운 앙상블들이 등장해 화려하고 동작이 큰 에세나리오 탱고(무대공연탱고)를 펼쳐 보인다. 탱고는 흔히 '다리 사이의 전쟁'이라고 표현될 만큼 큼 남녀 네 다리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 장면에서는 아르헨티나 탱고만의 특징인 '간초와 볼레오'(다리를 돌리듯 휘감은 뒤 차올리는 동작)를 눈여겨보면 좋다. 남자와 여자의 네다리가 순식간에 얽혔다 풀리고, 휘감고 차내면서 빚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이 매력이다. 다리의 움직임이 잘 보이도록 여성은 허벅지까지 슬릿(트임)이 깊게 들어간 드레스를 입어 관능적인 느낌도 자아낸다.

극중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술집 장면이나 파티 장면에서는 흔히 '3분간의 로맨스'라고 불리는, 밀도 높은 살롱 탱고(탱고바에서 추는 탱고)가 등장한다. 17일~내년 1월31일. LG아트센터. 3만~9만원. 02-501-7888

●'돈 주앙'의 플라멩코

오리지널 캐스트 내한공연으로 이루어진 '돈 주앙'은 플라멩코가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춤의 비중이 크다. 스페인에서 따로 뽑은 전문 플라멩코 무용수 15명이 선보이는 다이내믹한 플라멩코 군무(群舞)는 그 자체가 한 편의 공연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내한공연에 앞서 DVD로 먼저 '돈 주앙'속 춤을 살펴본 플라멩코 전문가 전미정 플라멩코월드 대표는 "전통 플라멩코부터 현대적인 팝스타일로 변형된 퓨전 플라멩코까지 수준급의 화려한 플라멩코가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플라멩코의 세 가지 핵심 요소는 노래(칸타), 춤(바일레), 기타연주(토케)다. 이번 공연에서는 4명으로 구성된 라틴 악단 '로스 아마고스'가 등장해 라이브 기타 연주를 들려준다.

플라멩코를 감상할 때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란한 발동작과 '꽃잎이 떨어지는 듯한' 손목 회전이다. 무용수들의 발구름은 열정적이면서도 소리가 경쾌해야 하는데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발구름 동작을 할 때 소리가 잘 울리도록 무대위에 40cm 높이의 마루판(울림통)을 깐다. 1막 중 집시풍의 노래인 '산다는 것'에 맞춰 등장하는 플라멩코는 힘과 열정이 어우러진 '돈 주앙'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플라멩코는 흔히 정열적인 춤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동시에 슬픔과 한도 서려있다. 2막의 클라이맥스인 돈 주앙과 연적 라파엘과의 결투 직전에 나오는 '슬픔에 잠긴 안달루시아'는 이런 플라멩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느리고 우아한 동작에서 시작한 무용수들의 군무는 점점 빨라지면서 절정에 오르며 비장하게 끝을 맺는다. 무대 위를 수놓는 무용수들의 화려한 의상도 볼거리다. 30일~12월17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4만~15만원. 1588-7890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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