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10월 6일 18시 3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해외 유학의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인 그의 쾌거는 특히 해외 유학파가 아니면 세계적인 음악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낸 사례가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쾌거를 전하는 보도들 가운데 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상이나 음악파일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가 음반을 낸 적이 없고 연주회 실황을 녹화해 둔 것이 많이 않았던 때문으로 보입니다.
동아닷컴은 그가 지난해 금호아트홀 ‘2005 라이징 스타 시리즈’에서 피아노 독주를 하는 동영상을 금호아트홀 측으로 부터 제공 받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라이징 스타 시리즈는 미래의 한국 음악계를 짊어질 젊은 연주자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영재 콘서트 프로그램입니다.
듬직한 제자“차도서 좌선” 뿌듯한 스승“일류무대 서야 진짜”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 금의환향하겠다더니…. 약속을 지켰구나.”
27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백석아트홀. 후배 피아니스트의 녹음 프로듀싱 작업을 지휘하던 김대진(44)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에게 반가운 제자가 찾아왔다. 아시아인 최초로 영국 리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선욱(18) 군이었다.
전날 귀국한 김 군은 “시차적응이 안 돼 밤새 한 숨도 못잤다”며 벌건 눈을 하고서도 이날 등교해 3학년 수업을 들었다. 김 군이 “오랜만에 수업에 들어갔더니 울렁거린다”고 어리광을 부리자 김 교수는 “야 임마, 술 담배 좀 그만 해. 피아니스트는 손 떨리면 끝이야!”하며 핀잔을 준다.
18세의 나이에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에서 우승한 제자에게 칭찬 한 마디 건네도 되건만 “나는 좋다기보다 걱정이 앞선다”며 김 교수는 금방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콩쿠르를 통해 주어지는 무대에서 인정받아야 진짜 일류가 되는 거야. 그 무대에서 세계적인 매니지먼트, 교향악단, 지휘자로부터 픽업돼야 해. 콩쿠르는 상대평가지만 무대는 절대평가지. 실력뿐 아니라 무대 매너도 좋아야 하고, 얼굴도 잘 생겨야 하고, 상품가치도 있어야 하고…. 콩쿠르 1등하는 것보다 100배는 더 어려운 관문이지.”
김 군은 1999년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김 교수를 사사해 왔다. 지난해 쇼팽콩쿠르 결선에 진출했던 임동민 임동혁 형제, 손열음, 첼리스트 고봉인 씨 등도 예비학교 출신이다.
부모가 맞벌이 교사인 김 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혼자서 대한음악사에 가서 악보를 사고, 홀로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오케스트라, 첼로, 오페라 등 다양한 음악적 관심을 보여왔다. 다니엘 바렌보임이나 정명훈 씨처럼 지휘와 피아노 분야에서 모두 세계적인 위치에 올라서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창 피아노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너무도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는 제자에게 김 교수는 따끔한 충고를 던져줬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김 교수는 올해 초 안식년을 맞아 6개월간 김 군을 미국 뉴욕에 데려갔다. 워낙 친구들이 많고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김 군에게 ‘외로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김 교수는 “피아노 실력이 늘기 위해선 자기 성찰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외로움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 군은 “뉴욕에서 혼자 전철을 타고 다니며 앨프리드 브렌델 같은 거장의 연주를 듣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면서 새로운 음악적 아이디어를 찾아낼 때마다 굉장히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립심이 강한 선욱이는 어릴 적부터 스스로 음악적 아이디어를 찾아가는 ‘음악가 정신’을 갖춘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지난해 선욱이가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제게 이제 더이상 다른 선생님은 필요 없습니다’라는 엽서를 받고는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18세 피아니스트 김선욱 군 英리즈콩쿠르 우승
해외 유학의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 피아니스트 김선욱(18·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3년·사진) 군이 세계적 권위의 영국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4일 새벽(한국 시간) 리즈 타운홀에서 끝난 제15회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는 1위를 차지한 김 군과 함께 독일 폴크방 에센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는 김성훈(28) 씨가 5위를 차지했다. 리즈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5년 정명훈 씨가 공동 4위, 1984년 서주희 씨가 2위, 1990년 백혜선 씨가 5위를 차지한 바 있다.
김선욱 군의 우승은 예원중학교 졸업 후 음악영재로 곧바로 한국예종에 입학한 국내파 피아니스트가 거둔 성과란 점에서 더욱 돋보였다. 그는 결선에서 겨룬 6명 중 최연소로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했는데 심사위원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높은 평가로 1등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군은 이번 우승으로 1만4000파운드(약 2520만 원)의 상금과 함께 부상으로 내년에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닉과의 협연, 유럽 및 아시아 투어공연 등 100여 차례에 이르는 연주회 참여 기회를 얻게 돼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1963년 창설돼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리즈 콩쿠르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쇼팽 콩쿠르 등과 함께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 콩쿠르에는 39개국 235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김 군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결선 연주에서 정말 후회 없이 연주했다”면서도 “1등을 하게 된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기뻐했다. 그는 2004년 에틀링겐 피아노 콩쿠르 우승, 2005년 9월 클라라 하스킬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콩쿠르 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 그는 “수상자 발표 후 심사위원장을 만났는데 어린 나이에 1등을 한 만큼 위험 부담도 많으니까 더 콩쿠르에 나가는 것보다는 이제부터 너만의 세계를 키워 나가야 한다는 충고를 들었다”며 “이번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공부와 연주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예종 예비학교에 입학한 뒤 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를 사사해 온 그는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제자의 수상 소식에 “연주자에게 콩쿠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선욱이가 리즈 콩쿠르 우승을 통해 BBC교향악단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만큼 자신만의 색깔을 갖춘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