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위 ‘포털-게임 사이트’ 윤리점수 매겨보니…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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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포털 및 게임 사이트의 윤리 수준을 처음으로 점수화한 결과 사이트 운영업체와 이용자들이 느끼는 ‘체감 윤리’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가청소년위원회(위원장 최영희)가 24일 밝혔다.

청소년위원회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웅 교수팀에 의뢰해 유명 사이트의 사이버 윤리지수를 평가한 결과 포털 사이트 운영업체는 자체 평점으로 89.3점을 준 반면 이용자들은 67.0점을 매겼다.

유명 사이트들은 인터넷 윤리 환경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비교적 잘된 편이지만 폭력을 부추기거나 선정적인 내용이 많아 청소년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조사는 청소년위원회가 12개 포털 사이트와 14개 게임 사이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정부기관이 인터넷 사이트의 윤리 등급을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인프라 구축은 ‘무난’, 콘텐츠는 ‘미흡’

청소년위의 ‘사이버 윤리지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포털과 게임 사이트의 평균 윤리지수는 100점 만점에 각각 77.9점과 77.1점. 포털 중에는 야후(83점), 게임에선 넥슨(81점)이 1위를 차지했다.

평가 결과 상당수 사이트가 윤리 전담 부서를 두거나 개인정보 보호 기술을 개발해 윤리 환경을 위한 하드웨어와 조직 등 ‘인프라’ 항목에서는 평균 85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사후 서비스 등 이용자의 불편 불만에 대응하는 ‘책임’ 항목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무해한 인터넷을 사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 항목에선 결함을 드러냈다.

평가단은 12개 포털 중 5곳에 대해 “윤리적으로 위험한 콘텐츠가 많고, 유해 콘텐츠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이 용이하다”고 지적했다. 이용자 불만 처리가 미숙하거나 서비스 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업체도 9곳이나 된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야후도 사이버 윤리 전담 직원과 신고센터 요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는 콘텐츠의 위험도 면에서 양과 질 모두 문제가 있었고 불만 처리 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다음 역시 콘텐츠 항목의 점수가 평균 이하인 것은 물론 청소년 보호를 위한 차단 소프트웨어가 부족했다.

게임 사이트 중에선 5개 업체가 위험 콘텐츠가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과 성인 서비스의 분리가 명확하지 않은 사이트는 4곳으로 집계됐다.

윤리 순위 1위를 차지한 넥슨은 성인인증 프로그램 관리나 불만 신고 처리는 무난하지만 성인 페이지로 넘어가기 전의 화면에 수위를 넘는 콘텐츠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 누리꾼은 “심각”, 업체는 “양호”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포털 및 게임 사이트의 윤리 수준에 대한 운영업체와 이용자들의 체감도 차이가 크다는 점. 전문가와 누리꾼 사이에도 시각차는 존재했다.

전문가들은 A 포털에 대해 ‘책임’ 항목에서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린 반면 이용자들은 “보완이 필요하다”며 최저 점수를 줬다. 전문가들은 조사 특성상 조직과 인프라 등 하드웨어에 중점을 둔 반면 누리꾼들은 실제 서비스 이용 경험을 토대로 평가한 데서 이런 차이가 생겨났다는 분석이다.

청소년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기준 지표로 삼아 해마다 인터넷 사이트의 윤리지수를 평가해 공개할 계획이다.

청소년위의 김성벽 매체환경팀장은 “이번엔 사이트의 윤리지수 측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내년엔 누리꾼들의 윤리의식도 함께 조사해 종합적인 사이버 윤리 지도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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