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0>神淸氣定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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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가 복잡하면 마음이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마음이 복잡해지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행동이 산만해진다. 이리되면 하는 일에 진척이 없고, 마침내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어진다. 자신감을 잃으면 꿈과 이상은 사라지고 인생의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무력감에 빠진다. 이런 경우에는 새벽 기운을 온몸에 가득 채우라고 옛 성현들은 권한다.

‘神淸氣定(신청기정)’이라는 말이 있다. ‘神’은 ‘정신, 혼, 마음’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精神(정신)’은 ‘밝은 정신, 밝은 마음’이라는 말이다. ‘精’은 ‘밝다’는 뜻이다. ‘淸’은 ‘맑다, 맑게 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淸淨(청정)’은 ‘맑고 깨끗하다’는 말이다. ‘淨’은 ‘깨끗하다’는 뜻이다. ‘氣’는 ‘공기, 대기’를 뜻하지만 여기에서 출발하여 ‘기운’이라는 뜻을 갖는다. ‘氣像(기상)’은 ‘기운이 드러난 모양’이라는 말이다. ‘像’은 ‘모양, 형상’이라는 뜻이다. ‘定’은 ‘정하다, 정해지다’라는 뜻이지만 이 뜻이 발전하여 ‘안정되다, 평정되다’라는 뜻도 갖는다. ‘固定(고정)’은 ‘굳건하게 정해지다’라는 말이며, ‘想定(상정)’은 ‘실험을 하지 않고 우선 생각으로만 결정하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神淸氣定’은 ‘정신을 맑게 하고 기운을 안정시킨다’라는 말이 된다.

성현들은 새벽바람을 마시면 이런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요즈음 바람이 신선하다. 새벽바람은 더욱 상쾌하다. 새벽바람을 마시고 있으면 전날의 복잡한 심정이 사라진다. 전날의 무분별했던 행동이 후회되고 다시 하루를 보낼 새로운 힘을 얻는다. 혹시라도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거나 무력감에 빠졌을 때는 새벽바람을 실컷 마셔볼 필요가 있다. 이리하면 ‘神淸氣定’하여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만약 그래도 마음이 산란하다면 마음에 과도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므로, 자신의 욕망을 하나하나 줄여가야 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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