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오락실 및 경품용 상품권 발행 관련 법규를 처리하면서 심의를 치밀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권한을 민간기구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위탁해 게임산업개발원이 발행업체로부터 ‘게임문화진흥기금’을 거두도록 한 제도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음을 알 수 있다.
열린우리당 강혜숙 의원이 제출한 경품용 상품권 폐지법안은 소위에서 거의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폐기됐다.
▽게임문화진흥기금 조성 방치=게임산업개발원은 지난해 7월 경품용 상품권 지정제도가 시행된 뒤 올해 6월 말까지 기금 명목으로 146억여 원을 모아 19억 원가량을 썼다.
상품권 발행업체가 게임산업개발원에 낸 수수료로 조성된 게임문화진흥기금은 법적 근거가 없고, 결산 명세를 국회에 보고할 필요도 없는 ‘도깨비 기금’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9일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소위 위원들은 기금의 문제를 지적하긴 했다.
당시 박양우 문화부 문화산업국장은 “발행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기금이고 정부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괜찮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우상호 소위원장은 “말도 안 된다. 자기들끼리 건전게임진흥대회 하자며 모자 같은 것 나눠주는 데에나 돈을 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도 “법적인 근거를 하나도 안 만들어 놓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배종신 당시 문화부 차관은 “업자들의 자발적인 의사가 법적인 근거”라며 “개인이 스스로 자기 판단에 의해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은 더는 추궁하거나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았다.
▽성인오락 ‘도박’ 규정 제동=정부는 지난해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을 게임이 아닌 도박으로 규정하려 했다.
지난해 11월 22일 문광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문화부 박 국장은 “이른바 사행성 게임물은 속칭 도박으로 인정해 사행행위특례법(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으로 넘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박으로 인정하면 단속기관인 경찰이 다루기가 훨씬 쉬워질 뿐만 아니라 특례법으로 규정해 사행성 오락의 확산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의원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박형준 의원은 “지금 1만4000개 업소와 수백만 이용자가 있는데 그걸 사행성 하나의 규정으로 전부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건데 그것은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정확히 얘기하면 (문화부가) 골치 아프니까 덜어내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문화부의 정책 일관성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반대했다.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오락을 하는 것은 허용을 하되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것만 제대로 규제하고 단속하도록 해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12월 5일 열린 문광위 소위는 경마장이나 카지노를 모방한 게임을 사행업종으로 두고 아케이드 게임인 바다이야기 등의 게임은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24일 “문화게임 산업을 기본적으로 진흥하되 사행성 게임은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사행성 게임을 게임법안에서 제외하려고 했던 것은 정책 실패를 거듭한 문화부의 책임회피 시도였다”고 밝혔다.
2005년 당시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 대상 설문조사 | ||||
의원 | 소속 | 게임상품권 업자의 접촉 및 청탁시도 | 상품권 업체 지정제 전환에 대한 입장 | 상품권 폐지법 제출 및 폐기 당시 입장 |
강혜숙* | 우 | 게임산업 살려달라는 전화·방문 많았다 | 지정제 전환 반대 | 폐지 강력 추진했지만 결과 안타까워 |
김재윤 | 우 | 없었다 | 잘못된 정책 | 폐지법 대안 없이 폐기돼 |
김재홍* | 우 | 없었다 | 딱지상품권 폐해 때문에 찬성 | 게임산업 진흥에 더 무게 |
노웅래 | 우 | 없었다 | 인증제보다는 낫겠다고 생각 | 폐지가 능사 아니라 생각 |
민병두 | 우 | 찾아올 이유 없다 | 자세히 기억 안 나 | 제대로 살펴보지 못해 |
안민석 | 우 | 없었다 | 사행산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 자세히 기억 안 난다 |
우상호* | 우 | 익명의 항의 전화는 받았을 것 | 인증제 폐해 대안 촉구로 지정제 전환 | 자세히 알지 못함 |
윤원호 | 우 | 상품권 업체 관련된 스님이 전화 | 전환 찬성, 잘될 것이라고 판단 | 법안 제출 사실 나중에 알아 |
이경숙 | 우 | 없었다 | 제도 전환 필요하다고 생각 | 당시 논의 초점은 게임산업 진흥 |
이광철 | 우 | 보좌관은 모르나 나에겐 없었다 | 당시 인증제에 문제 너무 많아 | 폐지법 폐기돼 아쉬워 |
이미경* | 우 | 상품권 업체의 전화·방문 많았다 | 당이 먼저 인증제 문제 제기 | 위원장이라 본래 찬반 입장 없었다 |
정청래* | 우 | 없었다 | 비판적이었지만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 | 상품권 제도 제대로 시행이 중요 |
박찬숙 | 한 | 지인에게서 두 번 정도 전화 | 지정제 반대 | 문광위로 오기 전이어서 법안 제출 사실을 몰라 |
박형준 | 한 | 야당에 무슨 힘 있나 | 문제 드러날 때 폐지해도 될 거라 생각 | 부작용 막을 대책이 더 중요 |
심재철 | 한 | 없었다 | 제도 전환 이후에 대해 예상 못해 |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었다 |
이계진 | 한 | 없었다 | ze=2>정확한 내용 잘 몰라 | 법안 제출 사실을 몰라 |
이재오 | 한 | 없었다 | 상품권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 | 상품권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 |
이재웅 | 한 | 없었다 | 당시 관심이 별로 없었다 | 폐지안에 찬성했지만 소위에 위임 |
정병국 | 한 | 없었다 | 사후 관리가 중요 | 뭐 잡으려다 뭐 잡는 격 된다고 생각 |
정종복 | 한 | 없었다 | 잘될 거라고 생각 | 바뀐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는 게 중요 |
최구식 | 한 | 없었다 | 언론관계법 주력하느라 관심 못 가져 | 당시 상황 기억 안 나 |
손봉숙 | 민 | 없었다 | 애초부터 상품권 폐지 주장 | 폐지법안 공동 발의 |
천영세* | 노 | 의견서를 보내온 적은 있었다 | 상품권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 | 법안소위 논의 때 불참 |
*=보좌진 전언 우=열린우리당, 한=한나라당, 민=민주당, 노=민주노동당 자료: 한국일보 |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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