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 해상 외도는 10대때 사소한 꿈이 비상한 결과"

  • 입력 2006년 8월 2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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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 바다와 정원, 그리고 푸른 하늘이 한데 어우러진 낙원섬 외도해상농원. 왼쪽 아래로 비너스가든이, 바다 건너 멀리 거제도가 보인다. [자료사진 동아일보]
꽃과 나무, 바다와 정원, 그리고 푸른 하늘이 한데 어우러진 낙원섬 외도해상농원. 왼쪽 아래로 비너스가든이, 바다 건너 멀리 거제도가 보인다. [자료사진 동아일보]
'빠삐용으로 전락했다가 CEO로 거듭난 재키.'

경남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의 해상정원 외도(外島)를 경영하는 최호숙(70·외도-보타니아 대표이사) 씨의 37년에 걸친 인생역정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그는 외딴 섬을 관광객이 연간 100만 명씩 찾아오는 이국적인 해상정원으로 바꿔낸 경험을 담은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김영사)를 2일 펴냈다.

지금은 4만8000평의 부지가 희귀 아열대 식물을 비롯한 750여종의 식물로 뒤덮인 인공정원이지만, 1969년 그가 발을 디딜 때만 해도 이곳은 지네가 들끓는 황량한 오지였다.

"남편(이창호 씨·2003년 작고)이 외도에 땅을 살 때 그리스 갑부 오나시스에게 섬을 선물받은 재클린을 떠올리며 단박에 찬성할 정도로 전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였어요. 막상 외도에 오니 빠삐용으로 전락한 기분이더라고요."

밀감 농장을 시작했지만 한파가 들이닥쳐 나무 3000그루가 얼어 죽고 돼지 농장을 하자마자 돼지파동이 터졌다. 잇따른 실패를 딛고 외딴 섬을 정원으로 만들 수 있었던 동력은 "10대 때 꾸었던 사소한 꿈" 덕분이다.

"할리우드 고전영화 주인공들이 가든파티를 하던 정원을 갖는 게 꿈"이었던 그는 틈틈이 외도에 나무를 사서 심던 일을 확장해 관광농원을 해보자 결심했고, 1995년 외도해상농원의 문을 열었다. 아직도 남은 꿈이 열 가지가 넘는다는 그는 한 달 전 뇌수술을 받았지만 이집트 풍 피라미드 정원을 만들기 위한 현장 답사를 하러 이날 출국했다.

"정원을 만들고 싶다면 당장 시골에 나무 한그루라도 심어보세요. 5년만 지나면 변화가 옵니다. 개인이 꾸는 부질없는 꿈이 이뤄지면 그게 성공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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