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포빠른 세상, 나만의 리듬 지켜야” 정명훈 대담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저도 대학생 시절 학교 댄스파티에서 팝송과 로큰롤을 즐겼어요. 소리가 너무 커 지금은 잘 듣지 않지만요.”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과 고려대생 송은호(왼쪽), 이고운 씨가 고려대 캠퍼스 잔디밭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김동주 기자
“저도 대학생 시절 학교 댄스파티에서 팝송과 로큰롤을 즐겼어요. 소리가 너무 커 지금은 잘 듣지 않지만요.”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과 고려대생 송은호(왼쪽), 이고운 씨가 고려대 캠퍼스 잔디밭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김동주 기자
《“선생님께서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각자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소리를 끌어내라는 의미에서 삽을 선물하셨다고 들었어요.

대학생들에게는 어떤 것을 선물하고 싶으세요?”

(이고운·21·고려대 법학과 3학년)

“젊은 대학생들에게는 올리브 오일 한 병을 주고 싶어요.

요리를 좋아하는 저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 살 때 직접 올리브 오일을 만들곤 했어요.

젊은이들이 아름답고, 건강한 ‘지구의 수호자’가 돼 달라는 의미입니다.” (지휘자 정명훈)》

서울시향의 ‘찾아가는 음악회’가 구민회관에 이어 캠퍼스를 찾고 있다.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인 정 씨는 24일 고려대 음악회에 앞서 이고운, 송은호(19·정경학부 1년) 씨와 잔디밭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교내 영자신문 ‘The Granite Tower’의 편집장과 기자를 맡고 있는 두 사람은 외국에서 오래 활동해 한국말이 서툰 정 씨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학생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시는 선생님을 역할 모델로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 역할 모델은 누구였나요?(송)

“지휘자 카를로 줄리니와 작곡가 올리비아 메시앙이었어요. 내게 줄리니는 ‘음악의 성직자’, 메시앙은 ‘음악의 성인’처럼 느껴졌습니다. 줄리니에게 지휘를 배운 지 1년이 다 됐을 때 악보를 펴고 이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물었더니 ‘음…, 시간이 필요해’라고 대답하더군요. 그 말은 ‘너 자신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고 ‘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었지요.”

―대학생들에게 특별히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려주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요.(이)

“베토벤 음악은 메시지를 갖고 있어요. 첫째는 베토벤은 같은 곡을 여러 번 수정하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노력형이었습니다. 둘째, ‘자유를 위한 전사(戰士)’였지요. 음악을 통해 정치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 정신을 날아오르게 했죠. 셋째, 형제애를 강조했습니다. 세계화를 알지도 못하던 시대에 베토벤은 인간적인 세계화를 꿈꿨어요.”

―요즘 학생들은 클래식 음악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크로스오버를 즐겨 듣는데요.(송)

“가볍게 만든 클래식 음악 같은 걸 말하는 거죠? (재즈 형식으로 변형된 모차르트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지휘자로서 내 직업은 ‘피자 배달부’와 같습니다. 피자를 떨어뜨리지 않고, 식기 전에 뜨거운 상태로 전달하는 거지요. 중간에 피자의 토핑을 하나라도 바꾼다면 요리사(작곡가)는 화나겠죠. 그러나 해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음악가들이 만들어 놓은 숲에서 이 사람은 저 나무를, 저 사람은 이 나무를 주목할 수 있겠죠. 하지만 갑자기 거기에 고층빌딩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정 씨는 끝으로 “요즘 세상은 템포가 너무 빠르지만 언제나 자신만의 리듬과 박자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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