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퀸’ 두 배우 박은혜-김서형…‘귀신영화와 나는?’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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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의 호러퀸에 도전하는 배우 박은혜(왼쪽)와 김서형. 공포영화보다 사람들과 냉정한 현실이 진짜 공포라고 이들은 말했다. 홍진환 기자
공포영화의 호러퀸에 도전하는 배우 박은혜(왼쪽)와 김서형. 공포영화보다 사람들과 냉정한 현실이 진짜 공포라고 이들은 말했다. 홍진환 기자
《‘호러퀸’이라 불리는 공포영화의 여주인공에게서는 항상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예쁘고 섹시한 여배우가 피해자가 되어 비명을 지르며 무서워하는 것도, 반대로 가해자가 돼서 피 튀기는 잔혹극이나 심장이 멎을 만한 서늘한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도, 관객 입장에서는 야릇한 쾌감이다. 4부작 공포영화 ‘어느날 갑자기’의 1부 ‘2월 29일’(20일 개봉)과 2부 ‘네번째 층’(27일 개봉)에서 각기 주연을 맡아 2006년의 호러퀸에 도전하는 배우 박은혜 김서형과 함께 공포에 대해 얘기했다. 여배우들이 말하는 2006년 여름, 영화 속 공포와 일상의 공포.》


Q :

[1] 촬영하면서 귀신을 봤다

[2] 내 영화, 이런 점이 무섭다

[3] 공포연기, 난 이렇게 한다

[4] 공포연기, 솔직히 무섭다

[5] 공포영화 볼 때, 난 이렇다

[6] 내 생애 최고 공포의 순간

[7] 이런 게 귀신보다 더 무섭다

■ ‘2월 29일’ 박은혜…사람들 입방아 귀신보다 오싹

[1] 촬영할 때 경북 문경의 호텔에 묵었는데 어떤 방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전 못 봤어요. 전 먼 곳으로 촬영을 나갈 땐 성경을 갖고 다녀요. 귀신 나올까봐.

[2]2월 29일이 4년에 한 번 오잖아요. 제목부터 섬뜩. 게다가 장소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가끔 밤에 톨게이트 지나다보면 ‘정산하는 분들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3]소리 지르는 것보다는 주로 얼어붙어 있는 느낌을 준비했죠. 진짜 무서우면 소리도 못 내요. 그 대신 두려움이 가득 차 흔들리는 눈동자를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4]처음엔 대본을 읽지도 못했어요. 대본을 보면 머릿속에 장면들이 그려져서 몇 번이나 확 덮었죠. 같이 출연하는 임호 선배는 중국에 가서 대본을 읽었는데 그날 밤 호텔 방에서 가위 눌렸데요.

[5]정말 ‘오버’죠. 온갖 소리를 다 지르고. 주위 사람들이 내 소리에 더 놀라요. 눈 감고 옆 사람에게 어떤 장면이 나오는지 물어보고. 히힛. 공포영화 보고 나면 롤러코스터 타고 내린 것처럼 속이 시원해요. 소리를 하도 질러서. ‘주온’과 ‘폰’이 좋았고. 아, ‘장화홍련’에서 고개를 옆으로 꺾고 나온 귀신은 지금 생각해도 으악!

[6]엘리베이터가 무서워요. 탔을 때 앞에 작은 창하고 옆에 붙은 거울이 무서워서 바닥을 봐요. 그리고 문이 열리면 후다닥 뛰어 나가죠. 누군가 뒤에서 확 잡을 것 같아서.

[7]사람들의 말. 전해질수록 점점 부풀려져서 당사자에겐 아주 큰 상처로, 평생 한으로 남을 수도 있어요. 귀신보다 더 무섭죠. 모두들 말조심∼∼.

■ ‘네번째 층’ 김서형…연기할땐 덤덤 막상보면 덜덜

[1]그런 일이 있으면 대박이 난다고 해서 내심 기대했는데. 글쎄 그런 일은 없었고요. 첫 촬영하고나서 숙소에서 잠을 자려고 할 때 잠이 안 왔다는 것 정도.

[2]네 번째 층에 아무도 살지 않는데 자꾸 무슨 일이 벌어지는 내용이에요. 근데 귀신이 무섭다기보다는 영화 속 한 모자의 안타까운 현실, 인간의 이기심과 무관심이 더 공포예요.

[3]소리를 막 지르는 것보다는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표정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그 역에 몰입하면 자연히 나오죠.

[4]무섭진 않아요. 소리를 많이 질러 배가 많이 고플 뿐. 저예산으로 한 달 동안 찍다보니 힘들어서 몸무게가 3kg이나 빠졌어요. 공포연기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느꼈지만 끝내고 나니까 이상해요. 왠지 묘한 이끌림이 있어요.

[5]무서운 것을 잘 못 본답니다. 센 척하지만 사실은…. 흑. 제가 출연한 ‘여고괴담4’를 보면서도 소리를 지를 정도예요. 어릴 적에 제일 많이 본 공포영화는 ‘나이트메어’ 시리즈. 가장 무서웠던 공포영화는 일본 원판 ‘링’이에요.

[6]피곤하면 가위에 눌려요. 가끔 헛것을 보는데 뭔가 시커먼 게 내 몸을 누르고 있다든가. 한 번은 가구를 잘못 들여서 몸이 여기저기 아픈 적이 있었어요. 병원에 가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고. 그래서 언니가 점을 보고 왔는데 가구에 귀신이 붙어왔다고 해서 부적을 붙인 적이 있죠. 호호. 그런데 싹 나았어요.

[7]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무서워요.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사람들, 사람을 우습게 아는 사람들. 귀신보다 더하죠.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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