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 워드 뉴스’ 경쟁…지상파3社 메인뉴스 ‘도배’

  • 입력 200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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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스 워드 섭외에 성공한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워드 특집쇼의 방영 일자까지 홍보해 빈축을 샀다.
하인스 워드 섭외에 성공한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워드 특집쇼의 방영 일자까지 홍보해 빈축을 샀다.
“하인스 워드는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워드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워드 선수에게 효자상감이라고 칭찬했습니다.”

한국계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스타 하인스 워드 모자(母子)의 성공기에 감동 받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워드 모자의 방한 일정을 놓고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이 벌인 ‘워드 띄우기’ 경쟁에 대해 시청자들은 “그만 좀 하라” “소외당한 혼혈인들에게 오히려 소외감을 심어 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워드 띄우기에 가장 발 벗고 나선 방송사는 MBC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4일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워드 이야기만 약 10분간 다섯 꼭지를 내보내고 여섯 번째 뉴스에서는 이와 관련해 ‘이제는 다인종 시대’라는 기획물을 방송했다.

첫 보도는 워드 모자의 청와대 방문 소식. 워드가 사인볼과 슈퍼볼 우승 기념 모자 등을 대통령에게 건네는 모습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워드를 보고 큰 꿈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대통령의 덕담을 보도했다.

두 번째 꼭지도 청와대 오찬에서 워드가 ‘지극한 효심을 나타냈다’는 ‘뉴스’였다.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자라 줬으니까 정말 착한 아들이에요”라는 대통령의 칭찬과 “우리 한국 어머니들의 훌륭함을 전 세계에 알려 주신 그런 계기가 되었습니다”라는 권양숙 여사의 육성을 내보냈다.

세 번째 보도는 워드가 MBC 본사를 방문해 특집쇼 녹화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워드는 문화방송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에도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워드가) 특별 출연을 위해 분장을 하면서…즐거워했다”는 ‘뉴스’와 함께 워드가 출연하는 자사 토크쇼의 방송 일정까지 홍보했다.

SBS ‘8뉴스’는 4일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하인스 워드, 나의 절반은 한국인’ ‘노 대통령, 혼혈인에게 희망과 의지를’ ‘제2의 워드를 꿈꾸는 아이들’ 등 워드와 관련된 뉴스 다섯 꼭지를 잇달아 내보냈다.

방송 뉴스의 길이가 대개 꼭지당 1분 30초인 관례를 깨고 워드 모자가 청와대에서 대통령 내외와 대화를 나눈 뉴스는 3분 7초 동안 이어졌다.

KBS ‘뉴스9’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검찰 수사, 론스타의 탈세와 외화 밀반출 혐의 수사 등을 다룬 뒤 일곱 번째부터 워드 관련 뉴스를 네 꼭지 연달아 방송했다. 이 중 청와대 방문 소식을 다룬 첫 번째 보도를 제외한 세 번의 보도에서는 기자회견 중인 워드의 뒤로 방한에 협찬한 기업들의 로고가 선명하게 반복 노출됐다.

이에 관해 김창근 방송위원회 심의1부장은 “방송심의규정은 간접광고를 금지하고 있으나 방송사가 의도적으로 협찬사의 로고를 내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사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공공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야 할 방송사 주요 뉴스 프로그램이 워드의 성공담을 부풀려 보도하는 것은 언론으로서는 일탈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방송사의 선정적 보도는 시청자들도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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