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안, 동양계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 입력 2006년 3월 6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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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감독
리안 감독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은 영화 '크래시'가 차지했다. 감독상은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李安) 감독에게 돌아갔다.

6일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진행된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크래시'는 유력한 작품상 후보였던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을 제치고 최고 영예를 안았다. '크래시'는 작품상과 더불어 각본상과 편집상 등 노른자 트로피 세 개를 가져갔다.

'크래시'는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과 아랍인 등 다양한 인종간의 편견과 갈등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담아낸 작품.

폴 해기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크래시'는 지난해 8월 일찌감치 개봉했지만 워낙 작은 인디영화여서 비평가들의 평가는 좋았지만 박스오피스에서는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영화가 DVD로 출시됐고, 이를 통해 영화를 접하게 된 관객의 입소문을 통해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크래시'는 매트 딜런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긴 했지만 딱히 누가 주연이라고 할 수 없는 앙상블 영화. 650만 달러라는 초저예산 영화로 북미시장에서만 55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글든글로브 다관왕으로 올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브로크백 마운틴'은 감독상, 각색상, 작곡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동성애' 문제를 다룬 이 작품으로 리안 감독은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안게 됐다.

이날 아카데미상 남녀 주연상은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유명한 작가 트루먼 카포티의 삶을 영화화한 '카포티'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던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과 영화 '앙코르(원제 Walk The Line)'에서 준 카터 역으로 열연한 리즈 위더스푼에게 돌아갔다.

남우조연상은 '시리아나'의 조지 클루니가, 여우조연상은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의 레이첼 와이즈가 각각 받았다.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 주요 부문의 후보로 들지는 못했지만 영화 '게이샤의 추억'과 '킹콩'은 미술과 기술 분야에서 각각 3개 부문을 석권했다.

'게이샤의 추억'은 미술상·의상상·촬영상을, 킹콩은 시각효과상·음향상·음향편집상을 각각 받았다.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뮌헨'과 '우주전쟁'으로 각각 5개 부문과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트로피를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공로상은 올해 2월 20일로 81세를 맞은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로버트 알트먼에게 수여됐다. 그는 57년 '범죄자들'로 데뷔한 이래 '매시' '플레이어' '숏컷' '고스퍼드 파크' 등 39편의 영화를 연출하고 37편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등을 차지했으나 오스카 트로피는 처음 손에 넣게 됐다.

이날 수상과 연관된 영화들은 몇몇 기술상을 제외하곤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

나머지 수상 작품은 다음과 같다.

△외국어영화상=초치(남아공화국) △분장상=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장편 애니메이션상=월래스 앤 그로밋 : 거대 토끼의 저주 △단편영화상=여섯 명의 사수 △단편애니메이션상=달과 아들 △단편다큐멘터리상=승리의 기록 : 노만 코윈의 황금시대 △장편다큐멘터리상=펭귄들의 행진 △주제가상=허슬 앤 플로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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