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잡는 순간 ‘짜릿’ 깜찍한 놀이기구

  • 입력 2006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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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통화기기’라는 공식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다.

디지털카메라(디카) MP3플레이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통화와 상관없는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휴대전화는 개인용 멀티미디어로 진화했다. 제품과 제품, 기술과 기술이 융합돼 새롭게 진화하는 컨버전스가 휴대전화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디카 기능은 화소의 차이만 있을 뿐 휴대전화의 필수. 2005년부터 출시된 휴대전화는 대부분 디카와 MP3플레이어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고 조만간 DMB도 기본 기능으로 장착될 전망이다.

이러한 컨버전스 물결에 따라 디자인이 휴대전화의 사활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휴대전화가 통화 기능으로만 사용되던 시절에는 작고 세련된 디자인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컨버전스에 따라 휴대전화 디자인은 ‘통화’ ‘부가 기능’ ‘휴대성’이란 세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LG전자 정보통신디자인연구소의 김영호 책임연구원은 “휴대전화 개발은 최대한 많은 기능을 넣으려는 엔지니어와 휴대성 및 스타일을 강조하는 디자이너 간의 의견을 좁히는 과정”이라며 “컨버전스 시대에는 부가 기능이 많고 디자인도 MP3플레이어나 디카의 요소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 개념도 컨버전스 되고 있다”고 밝혔다.

○ ‘디카’야? 휴대전화야?

컨버전스 시대 휴대전화 디자인 트렌드는 소비자의 성향과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부가기능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지는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전화 메이커들은 200만 화소 이하의 디카 기능이 부착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목적은 통화이고 사진 촬영은 부수적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디자인도 휴대전화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300만 화소 이상의 디카 기능이 장착된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다르다. 이들은 통화와 사진 촬영에 같은 비중을 둔다. 디카로도 쓸 수 있는 휴대전화가 아니라, 휴대전화인 동시에 디카인 제품을 원하는 것이다. 이런 제품의 디자인은 디카의 요소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700만 화소와 3배 광학 줌을 갖춘 디카 기능이 지원되는 삼성전자 SCH-V770은 한쪽 면은 휴대전화, 다른 한쪽 면은 디카처럼 생겼다. 500만 화소와 디지털 줌 촬영 기능의 디카를 장착한 LG전자 SV-550도 양면이 각각 휴대전화와 디카처럼 생겼다. 두 제품 모두 휴대전화와 디카의 외관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500만 화소 디카폰인 삼성전자의 SCH-S250을 사용하는 강민지 씨는 “하나의 기기로 디카와 휴대전화를 같은 비중으로 사용하고 싶어 구입했다”며 “화소가 높고 디자인도 디카와 비슷해 사진 촬영을 할 때는 디카를 사용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MP3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도 일단 소비자들이 MP3플레이어를 사용하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데 디자인의 초점을 맞춘다.

삼성전자의 SCH-S380은 폭이 37mm, 무게 87.4g으로 MP3플레이어처럼 슬림 디자인이다. 또 MP3플레이어처럼 음악을 검색할 수 있는 동그란 바퀴 모양의 ‘조그 디스크(jog disk)’를 부착했다. LG전자의 KP4700도 폭 38mm, 무게 98g으로 MP3플레이어처럼 생겼다. 이 제품도 상단에 조그 디스크를 장착하고 있다.

SCH-S380을 사용하는 두산 테크팩의 이재원 씨는 “모양이나 작동 방식이 진짜 MP3플레이어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 제품을 구입한 뒤로는 MP3플레이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손에 쥐기 편한 DMB폰

DMB폰은 올해 휴대전화 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통화는 기본이고, 사용자가 오랫동안 손에 쥐고 동영상을 볼 때 피로를 덜 느끼도록 하는 데 디자인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전자의 SCH-B300은 통화할 때는 보통 휴대전화와 다를 바 없으나, DMB를 시청할 때는 가로로 액정 화면을 돌려 작은 TV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LG전자의 LD1200도 DMB 시청 땐 액정 화면을 가로로 돌려 T자형이 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두 제품 모두 사용자들이 TV를 보기 위해 휴대전화를 가로로 돌리면 세로로 잡을 때보다 손목에 무리가 생기는 불편을 액정 화면을 돌리는 디자인으로 해결했다.

LD1200을 사용하는 한화제약의 조은혜 씨는 “세로 액정 화면으로 DMB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가로로 쥐고 DMB를 보면 불편할 게 뻔하다”며 “휴대전화처럼 손에 잡고 액정 화면만 가로로 돌려 DMB를 시청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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