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맛따라]쫄깃한 겨울 별미‘과메기’입에서 살살 녹네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경북 포항시 구룡포의 겨울은 과메기가 익는 계절. 러시아 동부 사할린 주 쿠릴열도 주변 바다에서 잡혀와 구룡포 덕장에서 숙성되는 과메기는 겨울 진미로 자리잡았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경북 포항시 구룡포의 겨울은 과메기가 익는 계절. 러시아 동부 사할린 주 쿠릴열도 주변 바다에서 잡혀와 구룡포 덕장에서 숙성되는 과메기는 겨울 진미로 자리잡았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요즘 꽁치의 모습이 가관이다. 모름지기 꽁치요리는 소금을 뿌려 뻘건 불 위에 얹은 구이가 으뜸이었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냄새도 얼마나 고소한가.

그런데 간도 하지 않은 채 반쯤 말리다 만 꽁치의 속살만 발라내 초장에 찍어 물미역 배추 김에 싸먹는 ‘과메기’가 구이를 밀어내고 있다.

과메기는 이름도 그렇지만 맛 모양 냄새는 더 희한하다. 상하기 쉬운 꽁치를 소금도 치지 않고 머리 내장 가시만 뺀 뒤 건조 숙성시켰다가 껍데기를 벗겨 먹는 것인데 비린내는 간데없고 기름이 적당히 밴 덕분에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구이를 훌쩍 넘어선다.

과메기의 유래는 ‘관목어(貫目魚)’의 경상도 사투리라는 해석이 있다. 모가지를 ‘메가지’로 부르는 토속 발음이 근거다. 관목은 생선을 말리기 위해 눈에 대꼬챙이를 꿰어 걸어뒀다는 뜻으로 예부터 포항 지방에 많았다고 한다.

원래 관목의 대상은 청어다. 포항 바다에서 많이 잡힌 덕분이다. 그러다 1960년대부터 청어가 잡히지 않자 그 자리를 꽁치가 대신했다고 한다. 최근 청어가 다시 잡히지만 ‘청어과메기’를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청어는 기름기가 많은 데다 꽁치보다 살이 두툼하여 옛날과 달리 기온이 높은 요즘엔 건조 도중 부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과메기 박사’ 오승희(포항1대학) 교수의 설명이다.

과메기는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7개월가량 난다. 제철은 겨울. 일교차로 살짝 얼고 녹는 것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건조와 숙성 과정이 특별한 맛을 자아낸다.

오 교수는 꽁치에서 맛볼 수 없는 과메기의 풍미는 숙성 과정에서 증대되는 핵산과 필수아미노산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맛은 물론 영양도 풍부해지는데 양념한 배추가 익어 김치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메기 익는 구룡포(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를 찾았다. 이곳은 동해안 최대의 어항으로 오징어잡이의 전진 기지인데도 요즘은 과메기 원산지로 더 유명하다. 어항 주변은 물론 호미곶 지나 포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변 마을의 갯가와 공터에서는 과메기 덕장을 쉽게 볼 수 있다.

구룡포에서 8년째 과메기를 만드는 유봉택(58) 씨의 작업장. 텐트 안에서 아주머니 세 분이 앉아 해동한 꽁치를 다듬고 있는데 솜씨가 대단하다. 머리를 자르고 배를 갈라 내장과 가시를 발라내는 작업을 단 2번의 칼질로 마무리한다. 숙련된 사람이 이렇게 ‘따내는’ 꽁치는 하루에 최대 70팬(8400마리).

뼈를 발라낸 꽁치는 바닷물과 수돗물로 씻어 대나무에 건다. 그늘 아래 3, 4일 걸어두면 과메기가 되는데 그동안 배 부위의 기름이 전체로 배어들어 육질이 쫀득하게 변한다. 다듬지 않고 꽁치 통째로 숙성 건조시키는 ‘엮걸이 과메기’는 10∼15일 걸어둔다.

“비린내 없고 살에서 윤이 반짝반짝 나는 기 좋은기라.”

과메기 덕장에 들어서면 구수한 냄새가 난다는 유 씨는 “찾는 사람이 많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고 말했다. 과메기 한 두름(20마리)은 8000원. 올해 전국 시장 규모는 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오 교수는 말했다.

● 찾아가기

△구룡포항: 서울∼경부고속도로∼대구∼익산포항고속도로∼포항∼국도31호선∼구룡포∼지방도925호선∼구룡포항(서울∼포항 336.5km). 포항시내버스는 200번 △호미곶(등대박물관·해맞이광장): 구룡포항∼지방도925호선(13km).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과메기 안주, 술에 덜 취한다?▼

‘유가네’의 다양한 과메기 요리. 왼쪽은 과메기초밥, 가운데는 과메기무침, 나머지는 쌈용 과메기와 야채.

과메기와 꽁치는 맛도 영양가도 크게 다르다. 건조 숙성 과정에서 핵산이 증가하고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으로, 지방은 지방산으로 변해 맛도 좋고 영양도 높아진다고 오승희 교수는 말한다. 고도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의 함량도 높아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고 심근 및 뇌경색 등 성인병을 예방해 주는 효과도 있다.

과메기를 안주로 해서 술을 먹으면 잘 취하지 않는다. 숙취 해독 물질인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있기 때문. 밥이 주식인 한국인이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 트레오닌과 리신도 상당량 함유하고 있으며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요한 아르기닌과 메티오닌도 많다. 핵산은 맛을 좋게 하고 노화현상, 체력 저하, 뼈의 약화, 뇌의 쇠퇴, 피부노화를 막아 준다. 칼슘은 쇠고기의 5배.

과메기 맛의 진수는 통째로 10∼15일간 자연 동결시키는 엮걸이다. 배진 것(칼로 배를 갈라 뼈와 내장을 발라낸 과메기)은 기름이 공기 중에 노출돼 산패가 발생하는데, 엮걸이는 오랜 숙성 기간으로 뱃살의 기름이 살 전체로 퍼지고 기름도 공기에 노출되지 않는다.

엮걸이는 장만하기가 쉽지 않은 게 흠. 내장과 가시를 발라내고 껍질을 벗겨내는 ‘굉장한’ 수고를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 과정에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상대적으로 맛이 다소 떨어지는 배진 과메기가 유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메기는 쌈으로 먹는다. 배춧잎에 김을 한 장 깔고 초고추장 찍은 과메기를 올린 뒤 물미역 쪽파 고추 마늘을 놓고 싼다. 비린내가 싫으면 묵은지에 싸서 먹기도 한다. 과메기 생산자인 유봉택(58) 씨가 운영하는 ‘유가네’(구룡포읍)에서는 과메기로 초밥이나 무침도 낸다.

유 씨는 먹다 남은 과메기는 종이로 싼 뒤 비닐봉지에 밀봉해 냉동실에 보관하라고 조언한다. 다시 먹을 때는 종이에 싼 채로 녹여 말랑말랑해지면 꺼낸다.

아래는 오 교수에게 들은 과메기를 먹을 때 주의할 점. ①비린내가 나므로 김 미역 다시마 혹은 유황화합물이 많은 양파 마늘과 함께 먹는다. ②비타민B1을 파괴하는 물질이 있으므로 반드시 마늘과 함께 먹는다. ③지방이 많으므로 위장이 튼튼하지 않은 사람은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④껍질은 반드시 벗겨 먹는다. ⑤잘 건조된 것은 눌렀을 때 탄력이 약간 있는 상태(수분 함량 35∼40%). 건조가 안 된 것은 식중독을 일으킨다. ⑥알코올 함량이 높은 독주는 피한다. 위장 장애를 일으켜 설사와 소화불량을 유발한다.

○ 구룡포 과메기 맛보기

▽택배=택배비 포함, 한 두름(20마리) 1만 원. 유봉상사 054-276-8054, 011-524-8054 ▽‘유가네’ 복·아구전문점=과메기쌈(6, 7마리) 1만5000원, 무침 2만 원, 초밥(1인분) 8000원. 구룡포읍민 도서관 뒤. 054-276-8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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