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자세 가다듬는 거점’ 창작과비평 창간 40주년

  • 입력 2006년 2월 1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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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창작과비평'(이하 창비)이 창간 40주년을 맞았다. 1966년 1월15일 창간 이래 '창조와 저항의 자세를 가다듬는 거점'(백영서 주간의 표현) 역할을 맡아온 이 문예계간지의 마흔 번째 생일을 앞두고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창비 40년의 소회와 전망을 묻는 질문에 창간 주역인 백낙청(68) 서울대 명예교수는 "창비가 담당해온 문학적·사회적 역할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세대에 맞는 잡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주간이 된 백영서(53·사학) 연세대 교수도 창비의 창간 초기 치열한 운동성을 회복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운동성의 회복이란 "1970, 80년대의 민주화 운동처럼 제도 밖에서 투쟁하는 방식을 재현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쇄신을 거친 진보세력이 제도 안과 밖의 활동을 연동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라는 게 백 주간의 설명이다.

한편으로 고민도 나왔다.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만난 독자에게서 '창비로 인해 세계관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독자가 '그런데 우리 딸은 창비를 읽지 않는다, 딸이 읽는 창비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하더라. 오랜 독자들과 그 독자의 자식들이 함께 읽는 잡지를 만드는 게 숙제다." 백 주간의 얘기다. 창비 고유의 날선 정신을 벼리면서 21세기 감각을 갖추는 게 창비에게 던져진 도전장이라는 것이다.

창비 창간40주년 기념 장편공모 결과에도 그런 고민이 담겨 있다. 응모작은 135편, 결과는 '당선작 없음'이었다. 심사를 맡았던 문학평론가 진정석(43) 씨는 "창비에 응모하려면 응당 사회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거개가 그런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촌스러웠다. 지금 시대에 맞게 세련되게 풀어내는 문학적 형상화의 수준은 부족했다"고 전했다. 40주년 기념인 만큼 당선작을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작품성이 모자라는 소설을 창비 40주년 기념작으로 내놓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독자들이 요구하는 새로움을 의식했으나 기대에 부응하는 글의 부재로 고심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새롭게 편집위원으로 합류한 이장욱(38) 씨도 주목을 받았다. 이 씨는 이른바 '창비표 글쓰기'와는 다른 성향을 보여 온 시인이다. 이 씨는 "나의 글쓰기가 (기존 창비의 이미지와는) 이질적이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낯섦이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고민을 풀어나가는 발걸음으로 창비 2006년 봄호(40주년 기념호)에는 신세대 문학에 대한 뛰어난 분석가로 잘 알려진 황종연(46) 동국대 교수와 백낙청 편집인 간의 토론이 실렸다. 민족문학론, 분단체제론 등 백낙청 씨가 주장해온 이론이 이 시대에 어떻게 유효한가라는 황 교수의 질문에 대해 백 교수는 '극복되지 않은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1966년 당시 28세의 젊은 비평가 백낙청 씨가 날카로운 시대정신을 갖고 창간한 이 잡지가 초심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세기에 맞는 새 감각과 문제의식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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