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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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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찬 다음 개발팀장은 “인터넷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데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사기업의 독점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애플과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 홈페이지는 대부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소프트웨어에 맞춰 만들어졌다. 이를 표준에 따라 개발하려면 기존의 포털 사이트 등을 뜯어고치는 중복 투자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론 이익이라고 다음 측은 보고 있다.
○기형적인 한국 인터넷 환경
국내 인터넷 환경이 국제표준 규격 대신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규격에 따라 만들어진 이유는 대부분의 누리꾼이 MS 익스플로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네이버 접속자의 98% 이상이 MS 익스플로러를 쓰고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시장조사기관 원스탯에 따르면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비(非)MS 사용자가 약 20%에 이른다. 세계적으로도 인터넷 사용 인구의 15% 이상이 비MS 소프트웨어로 인터넷을 사용한다.
한국이 유독 MS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익스플로러가 아닌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는 인터넷 뱅킹과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온라인 게임 등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정현 애플코리아 부장은 “지난해 MS가 윈도98 고객 지원을 끊겠다고 발표하자 한국 정부가 MS 본사로 찾아가 지원해 달라고 사정해야 했다”며 “소수 사용자를 무시하고 지나치면 한국에서 MS의 독점적 영향력과 횡포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도 문제점을 깨닫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6월 공공기관 홈페이지 제작 수준을 평가할 때 ‘웹 표준화’를 평가 기준으로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적어도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같은 공공 서비스는 특정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쓸 수 있게 하려는 조치였다.
○흔들리는 MS 독점체제
현재 MS 익스플로러를 제외하고 국제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웹 브라우저는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익스플로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렸다.
파이어폭스의 시장점유율은 2004년 5월 2.1%에서 지난해 11월 11.5%로 크게 올랐다. 구글과 야후 등 대부분의 유명 사이트도 파이어폭스와 익스플로러를 동시에 지원하도록 웹 표준화 작업을 마쳤다.
이렇듯 독점 체제가 흔들리자 MS는 긴장하고 있다. 2001년 이후 한 번도 크게 개선된 적 없었던 익스플로러 버전 6의 후속 프로그램 익스플로러 버전 7 개발을 지난해 갑자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야후코리아 등이 부분적으로 표준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윤 팀장은 “국내 인터넷 업계가 표준을 지키지 않았던 결과 해외 진출 때마다 서비스를 뜯어고쳐야 하는 비용이 이중으로 들고 있다”며 “독점은 흔들리기 마련이므로 지금이 표준화를 준비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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