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신춘문예]시조 당선작 ‘화첩기행’ 김종훈

  • 입력 200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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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병춘
그림 박병춘
오종종한 징검돌이 샛강 건너는 배경으로

미루나무 두엇 벗삼아 길나서는 물줄기와

기슭에 물수제비 뜨는 아이들도 그려 넣는다

여릴 대로 여리더니 어깨 맞댄 물길들이

한 줄 달빛에도 울렁이던 맑은 서정을 삼키고

여울은 화폭을 휘적시며 세차게 뒤척인다

구도마저 바꿀 기세로 홰를 치며 내달리다

분 냄새 이겨 바른 도회지 그 풍광에서

노을 빛 그리움에 젖어 물비늘 종일 눕는다

어느새 귓가 허연 강가 풀빛 아이 불러내며

캔버스를 수놓던 현란한 물빛 지운 채

꿈꾸던 역류를 접고 강은 고요 속으로 흐른다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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