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잉꼬 부부의 크리스마스

입력 2005-12-02 03:09수정 2009-10-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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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연인들에게 추억의 샘터.

연인에서 부부가 된 이들은 대부분 크리스마스 때 특별한 추억을 갖고 있다. 잉꼬부부로 소문난 탤런트 김호진(35) 김지호(31) 씨 부부와 뮤지컬배우 최정원(36) 임영근(36·컴퍼니원 대표) 씨 부부에게서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들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임영근 씨▼

1997년 처음으로 같이 크리스마스를 맞던 해의 일이다. 100년 만의 폭설이라며 시끄럽던 그날, 둘만의 파티를 계획했다. 그러나 너무 행복해했던 탓일까. 아내가 봉변을 당했다.

공연을 마치고 종로로 오다 아내가 몰던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5회전이나 하고 만 것.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세종로 사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멈춰 섰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한 아내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견인차를 불러 아내를 데리러 가며 어찌나 가슴이 떨리던지…. 큰 부상이 없음을 확인하는 순간 깨달았다, 이 사람이 내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우린 이듬해 봄에 결혼했다.

결혼하면서 약속한 것 중 하나는 아이를 낳지 말자는 것. 하지만 사랑이 깊어갈수록 생각이 점차 바뀌었다. 1998년 크리스마스는 아내가 부산에서 공연을 하고 있어 휴가를 내 내려갔다. 일정이 빠듯해 저녁에나 아내의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는 생애 최고의 선물인 딸 수아를 가지게 됐다.

수아가 네 살이 되던 2002년의 크리스마스도 잊을 수 없다. 아내는 또 부산에서 공연을 하게 돼 떨어져 지내게 됐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수아와 단둘이 맞고 있었다.

허전해하던 중 “같이 못 있어 미안하다”는 아내의 전화 한 통에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서울 시내 최악의 교통 정체를 뚫고 김포공항으로 달려갔고, 그렇게 수아와 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에겐 또다시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

하지만 아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다. 비행기에서 내린 수아는 택시 안에서 연방 멀미를 했다. 한 고가도로 위에서 차까지 세워야 했다. 택시 운전사는 화를 냈고, 휴지가 바람에 날려 새처럼 날아올랐다. 새 옷을 입고 출발한 우리는 호텔에 도착했을 때 거지꼴이 됐다.

부랴부랴 아이를 씻겨 재우고 나서야 아내가 호텔방에 도착했다. 얼마나 기뻐하던지….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속상해할까봐 말하지 않았는데 이 글을 통해 알게 되겠지.

올해 크리스마스는 가족 모두 서울에 있게 됐다. 아내는 뮤지컬 ‘비밀의 정원’ 공연 때문에 역시 바쁘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일곱 살이 된 수아를 데리고 공연장에 가려 한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올해도 특별하다.

▼탤런트 김호진-김지호 씨▼

사진 제공 홍스튜디오

많은 이들이 우리처럼 ‘유명’ 커플을 보면 “얼마나 닭살스럽게 살까”를 궁금해하는 것 같은데, 다른 부부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오빠(남편)나 나나 털털한 데다 친구처럼 지내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건 체질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결혼하고서 단둘이 크리스마스를 보낸 기억은 한 번도 없다. 언제나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조그만 파티를 열었다. 거창하진 않지만 주위에 감사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다.

심지어 신혼여행 중에 맞은 결혼 첫 크리스마스도 둘만이 아니었다. 2001년 12월 11일 결혼하고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4개국을 보름쯤 도는 코스였는데, 처음에는 단둘이 여행했지만 크리스마스에 맞춰 지인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와서 함께 지냈다.

이브에는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유명한 나이트클럽에 갔다. 밤 12시 ‘땡’ 하는 순간 다들 껴안고 키스…. 공개된 장소에서 그러는 게 처음이어서 오빠랑 상당히 쑥스러워하면서도 한참 웃었다.

2002년 크리스마스 땐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보냈다. 트리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땐 어찌나 열심히 트리를 꾸몄는지. 오빠가 짜증 한 번 안 내고 도와준 게 제일 고맙다.

그날 가족들을 보내고 밤 12시쯤 집으로 들어오는데 마침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며 깡충깡충 뛰던 오빠. “추운데 뭐 하는 거람”이라고 핀잔을 주고선 조금 있다가 나도 같이 뛰어다녔다.

2003년은 임신 중이었다. 간단하게 외식하고 들어와 촛불 켜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조용히 보냈다. 그때는 말 못한 게 있는데 임신운동으로 매일 30분 워킹을 하고 있었는데 오빠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옆에서 챙겨주고 도와준 건 평생 못 잊을 거다.

올해는 우리 딸 효우와 실제론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된다. 지난해는 효우를 부모님께 맡기고 친구들과 설악산에 갔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올해는 정말 잘해주고 싶다.

아직 공개 안한 것인데,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오빠에겐 MP3플레이어를, 효우에겐 인형을 선물할 계획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오빠가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편하게 음악을 즐겼으면 한다. 효우를 위해선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인형을 골라야지. 작아도 언제나 품에 안고 다닐 수 있는 걸로 하고 싶다.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평소에 못 했던 말 한마디만 전하고 싶다.

“오빠, 둘이었을 때보다 셋인 지금이 더 행복한 거 알지? 우리를 위해서도 효우를 위해서도 더 열심히 행복해지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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