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79>風(바람 풍)

입력 2005-11-25 03:09수정 2009-10-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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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은 갑골문에서 鳳(봉새 봉)과 같이 쓰였는데, 높다란 볏과 화려한 날개와 긴 꼬리를 가진 봉새를 그렸다. 어떤 경우에는 발음을 표시하기 위해 凡(무릇 범, 帆의 원래 글자)을 첨가하기도 했는데, 돛을 그린 凡이 더해진 것은 돛단배를 움직이는 바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소전체에 들면서 鳳의 鳥(새 조)를 (충,훼)(벌레 충)으로 바꾸어 風으로 분화시켰는데, 한자에서 새나 물고기나 곤충이나 짐승 등이 모두 ‘(충,훼)’에 귀속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신화에서처럼 고대 중국인들은 바람의 생성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해 커다란 붕새의 날갯짓에 의해 ‘바람’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鳳과 風이 같이 쓰였다. 상나라 때의 갑골문에 이미 동서남북의 사방신이 등장하며 사방신이 관장하는 바람에 제사를 올렸다는 기록도 보이는데, 바람은 비와 함께 농작물 수확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 중의 하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風의 원래 뜻은 ‘바람’이다. 바람은 한꺼번에 몰려와 만물의 생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風俗(풍속), 風氣(풍기), 作風(작풍)에서처럼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유행’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 國風(국풍)에서처럼 특정 지역의 풍속을 대표하는 노래나 가락을 뜻하기도 했으며, 다시 風聞(풍문)에서처럼 ‘소식’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風으로 구성된 한자는 ‘바람’의 종류를 지칭하기도 하는데, 颱(태풍 태)는 크게(台·대, 臺의 속자) 부는 강한 바람을, Y(폭풍 표)는 사나운 개가 여럿 달려들듯(표·표) 휘몰아치는 ‘폭풍’을, 飄(회오리바람 표)는 불꽃이 치솟듯(票·표) 하늘로 솟아오르는 ‘회오리바람’을 말한다.

또 諷(풍자할 풍)은 지역에서의 유행(風)을 말(言·언)이나 노래로 표현한다는 뜻인데, 그 속에는 백성들의 솔직한 감정들이 담겼고 그러한 감정은 諷刺(풍자)의 형식으로 주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嵐(남기 람)은 산(山·산)에 생기는 아지랑이 같은 기운(風)을, 楓(단풍나무 풍)은 가을바람(風)에 잎이 빨갛게 변하는 나무(木·목)를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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