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78>頁(머리 혈)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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頁은 갑골문에서 사람의 머리를 형상적으로 그렸는데, 위의 首(머리 수)와 아래의 인(사람 인)으로 이루어졌다. 소전체에 들면서 首의 윗부분을 구성하는 머리칼이 없어지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래서 頁은 ‘머리’가 원래 뜻이며, 이후 ‘얼굴’이나 얼굴 부위의 명칭이나 이와 관련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頁이 책의 쪽(페이지)이라는 뜻으로 가차되면서 豆(콩 두)를 더한 頭(머리 두)가 만들어졌는데, 豆는 굽이 높고 위가 둥그런 제사 그릇을 그려 사람의 머리를 연상하게 만든다.

먼저, 머리나 얼굴의 여러 부위를 나타내는 경우로, 頂(정수리 정)은 못(丁·정, 釘의 원래 글자)의 핵심인 머리부분처럼 머리(頁)의 가장 윗부분을, 頰(뺨 협)은 얼굴(頁)의 양쪽(夾·협) 부위를 말한다. 題(표제 제)의 얼굴의 바로 정면(是·시)인 이마를 말하며, 이로부터 題目(제목)에서처럼 드러난다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

또 須(모름지기 수)는 얼굴(頁)에 달린 수염(삼·삼)을 그렸는데, ‘모름지기’라는 뜻으로 가차되자 다시 표(머리털 드리워질 표)를 더해 鬚(수염 수)로 분화했다. 顯(나타날 현)은 금문에서 햇빛(日·일)에 실(絲·사)을 말리면서 얼굴(頁)을 내밀어 살피는 모습을 그렸고, 이로부터 ‘드러내다’, ‘밝다’ 등의 뜻을 나타냈다.

둘째, 머리와 관련된 속성을 말했는데, 頌(기릴 송)은 머리(頁)를 조아리며 칭송한다는 뜻인데, 소리부인 公(공변될 공)은 그러한 칭송은 언제나 공정한(公) 것이어야지 사사로워서는 아니 됨을 강조하고 있으며, 預(미리 예)는 머리(頁)를 이리저리 흔들며(予·여) 이것저것 생각하며 ‘예상함’을 말한다.

또 煩(괴로워 할 번)은 머리(頁)에 열(火·화)이 남을 뜻했는데 이후 괴롭고 번거로움까지 말하게 되었고, 碩(클 석)은 바위(石·석)처럼 ‘큰’ 머리(頁)를 말했는데, 머리가 큰 것은 碩學(석학)이란 말에서처럼 슬기롭고 총명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順(순할 순)은 머리를 조아림이 물의 흐름(川·천)처럼 순조롭다는 뜻으로, 순하고 잘 복종함을 말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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