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이름 쉽게 바꿀수있다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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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자신의 이름에 불만이 있어 개명(改名)을 원할 경우 범죄 은폐 등 뚜렷한 문제가 없는 한 이름을 바꿀 수 있게 된다.

대법원 2부(주심 이강국·李康國 대법관)는 구모(35·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씨가 이름을 바꿔 달라며 낸 개명 신청 재항고 사건에서 구 씨의 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이 잘못됐다며 16일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개인의 이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명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는 ‘사회적 혼란’보다 ‘개인의 주관적인 의사’가 중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김삼순’이 원하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 줘야 한다는 뜻. 그동안 법원은 본인이 원하더라도 개명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불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결정으로 개명 신청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개명 신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이름은 통상 부모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므로 불만스럽거나 심각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런데도 그 이름으로 평생 살라고 강요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개인보다 사회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훨씬 크고 복잡한 대규모 법인도 이름(상호)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개명으로 인해 사회적 폐단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해 개명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일원(姜日源) 법원행정처 법정국장은 “한마디로 ‘내가 어떻게 불릴지에 대한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한 판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개명 허가 기준이 지방법원마다 달라 이름을 바꾸기 위해 수차례 이사를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며 “개명 허가 기준을 통일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개명 신청자는 2만8915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2만3731명이 개명 허가(허가율 82%)를 받았다.

법원은 그동안 ‘개인의 주관적인 의사’만을 이유로 내는 개명 신청은 대부분 허가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개명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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