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을사늑약 왜곡문서’ 원문 공개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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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선대 강성은 교수가 14일 공개한 1905년 을사늑약 직후 이토 히로부미가 일왕에게 제출한 복명서 초안. ‘한국 황제는 대체로 이번 제안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고(同意セラルルニアラザレバ)’로 썼던 부분 위에 줄을 긋고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同意セラルルノ止ムヲ得ザル所以)’ 등으로 고쳐 쓴 흔적이 뚜렷하다. 사진 제공 국민일보
일본 조선대 강성은 교수가 14일 공개한 1905년 을사늑약 직후 이토 히로부미가 일왕에게 제출한 복명서 초안. ‘한국 황제는 대체로 이번 제안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고(同意セラルルニアラザレバ)’로 썼던 부분 위에 줄을 긋고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同意セラルルノ止ムヲ得ザル所以)’ 등으로 고쳐 쓴 흔적이 뚜렷하다. 사진 제공 국민일보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직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당시 일본 특파대사가 일왕에게 올린 출장보고서 초안에 고종이 이에 반대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나 이를 동의했다는 내용으로 고쳐 적은 사실이 확인됐다.

총련계 대학인 일본 조선대 강성은(康成恩·55) 교수는 14일 이토의 수행 비서였던 스즈키 게이로쿠(都筑馨六)가 그해 11월 18일 을사늑약이 체결된 뒤 일왕에게 올리기 위해 12월 9일 작성한 복명서 초안의 원문 사본을 공개했다.

한자와 일본어로 쓰인 이 복명서의 24행은 ‘한국 황제는 대체로 이번의 제안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고’라고 쓰여 있었으나 ‘하는 것이 아니고’ 위에 줄을 긋고 바로 옆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으로 고쳐져 있다.

강 교수는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2001년 일본국회도서관에 소장된 ‘스즈키 게이로쿠 관계 문서’에서 이를 찾아내 그해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국제토론회에서 그 내용을 공개했고 2002년 일본에서 ‘을사5조약 연구’라는 책을 통해 이를 발표했으나 원문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이태진(李泰鎭·국사학) 교수는 “지금까지 일부 일본학자들은 이 복명서의 최종본 내용과 을사오적이 조약 체결 후 고종에게 바친 ‘오대신상소문’을 근거로 삼아 고종의 협상지시로 조약 체결이 이뤄졌으므로 을사늑약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그러나 복명서 초안의 조작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 같은 주장의 근거가 취약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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