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구술잡기]‘런치타임 경제학’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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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타임 경제학/스티븐 랜즈버그 지음/322쪽·1만1800원/바다출판사

극장의 팝콘이 더 비싼 이유는? 일부다처제는 남자에게 유리할까? ‘아이가 타고 있어요’는 교통사고율을 감소시킬까?

경제학자들이 점심을 먹으면서 토론을 한다. 주제는 돈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이다. 우리 학생들도 수요와 공급 곡선을 이미 배워 알고 있으니 얼마든지 이 토론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 공식이 아니라 질문을 찾고 세상을 관찰하는 자세이다. 이 책을 통해 수수께끼로 가득 찬 세계와 흥미진진한 경제학의 방법을 배워 보자.

우선 경제학에서 모형을 사용하는 법을 배워 보자. 오염시(市)의 오염방지법과 복지도시의 대형 수족관 건립 정책을 이론 모형으로 비교해 보면, 뜻밖에도 오염시의 부동산 소유자 외에는 아무도 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은 현실에서도 받아들일 만할까?

모형은 곧 우화다. 토끼와 거북이는 실제로 경주한 적은 없지만, 느리고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복잡한 경제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단순한 가정을 만드는 법과 사건의 원인을 추적하고 가상의 해답을 찾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원칙의 확인은 다양한 사례로 확장된다. 극장의 팝콘이 왜 더 비쌀까? 사람들은 대부분 독점권 때문이라 말한다. 하지만, 화장실도 독점하는 극장주인이 왜 화장실 사용료는 받지 않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학자는 자동차 딜러도 되고,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슈퍼마켓의 주인도 되어야 한다. 가격차별과 독점권의 원리는 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토론의 쟁점이 되어 현실로 돌아오는 법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허점을 가진 경제학의 모습도 궁금하다. ‘미국의 국민총생산(GNP)이 말리의 GNP보다 100배 크다’는 기사는 자급자족하는 말리 사람들의 가내 생산을 계산하지 않는 결과다. 가난하다고 다 비참하지는 않다는 것을 GNP는 말해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책 속의 경제학적 질문들은 그 자체가 매우 재미있다. 왜 3만 원이 아니라 2만9000원 같은 물건값이 이토록 많을까. 누구나 궁금해 했을 주제이다. 일부다처제는 과연 남자에게 유리한 제도일까. 경제 원칙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경제학자에게 걸려들면 사건은 입체적이 되고 새로운 각도로 접근하는 법을 찾게 된다.

학생들도 친구들과 함께 주변의 경제 현상을 가지고 대화해 보자. 대학입시와 시간 활용 모두에 큰 도움이 될 터이니, 합리적 경제 행위로서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또 있겠는가.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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