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육상 국가대표 이순애 씨 ‘프란체스카…’ 펴내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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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국가대표 선수였던 이순애(51·오른쪽 사진) 씨는 지금은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에 산다. 동계 올림픽이 두 번 열린 곳이다. 이 씨는 오랜 작업 끝에 최근 소설 ‘프란체스카 리 스토리’(랜덤하우스중앙)를 펴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오스트리아 출신인 프란체스카 도너 리(1900∼1992)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결혼에 관한 한 이 씨는 프란체스카 여사와 거울에 비춘 듯이, 닮은 동시에 정반대되는 스타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프란체스카 여사가 한국인과 결혼한 오스트리아 여성이었다면 이 씨는 오스트리아 남성과 1988년 결혼했다. 그는 결혼 이듬해 서울 종로구 동숭동 방송통신대 뒤편 이화장에 찾아갔다. 대학(이화여대) 동문 선배가 “오스트리아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한번 찾아뵈어라”고 권해서였는데, “왠지 운명적인 데가 있는 만남”이었다고 한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1960년 하야한 이 전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로 건너갔다가 사별한 뒤 오스트리아 빈에 살다가 1970년 다시 한국에 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화장에 머물렀다. 1991년에도 이화장을 찾아갔는데 연로한 프란체스카 여사에게서 라이프스토리를 자세히 듣기는 어려웠다. “대신 이 전 대통령 관련 사료들이 많은 서울 우남관과 국회도서관 등에서 자료를 얻었다”고 이 씨는 말했다.

이 씨는 “프란체스카 여사는 오스트리아 빈의 부유한 집안 출신인데 그 집에도 여러 차례 찾아갔었다”고 말했다. “그 집 근처에서 꽃집을 하는 아흔세 살의 할머니를 만났는데 ‘내 아버님이 프란체스카 여사 집안의 정원사였다’고 하더군요. 그 할머니한테서 이승만 박사 기사가 실린 1930년대의 낡은 오스트리아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순애 씨(오른쪽)가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근처의 이화장을 방문해 프란체스카 여사를 모셨던 양아들 이인수(가운데) 조혜자 씨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박영대 기자

소설에는 193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전권대사 자격으로 국제연맹을 상대로 외교 활동을 펴기 위해 스위스 취리히를 찾아온 58세의 이승만 박사에게 서른세 살의 이혼녀였던 프란체스카 여사가 이 박사에 관한 기사를 오려서 선물하는 대목이 나온다. 바로 이런 취재에서 나온 것이다.

이 씨는 특히 이 전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자료들이 많이 남아 있는 이화장을 자주 오가며 취재했다. 이곳에는 지금 이 대통령의 양아들인 이인수(74·전 명지대 법정대학장) 박사 부부가 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하와이에 머물던 1961년 전주 이씨 양녕대군파 종친회는 이 박사를 양아들로 정했고, 이 박사는 이 해에 미국 하와이로 건너가 인사드렸다. 이 씨는 “이 박사님 부부는 프란체스카 여사가 아흔세 살로 돌아가실 때까지 모셨다. 유럽인들이 보면 정말 놀랄 일”이라고 말했다.

소설에는 두 연인의 만남, 식민지 혁명가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어머니를 설득하는 과정, 민족지도자가 외국 여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동지들의 외면을 받고 상처 받는 모습,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남편을 내조하는 아내의 심경이 그려진다.

이 씨가 직접 번역해서 독일어판이 나올 예정이며, 영어판도 낼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오페라 작곡가인 헤르베르트 빌리 씨가 오페라로 만드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잘못한 점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독립운동을 하셨지요. 하버드대 석사, 프린스턴대 박사를 따놓고도 개인적으로 윤택하게 살려고 하지 않으셨어요. 미국 시민권을 따놓으라는 제의도 뿌리친 분이지요.”

프란체스카 여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럽에서 제1차 세계대전, 미국에서 태평양전쟁, 한국에서 6·25전쟁을 겪은 분이지요. 낯선 나라의 초대 대통령 부인이 되었다가 남편의 하야를 겪어야 했던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지요. 그래서 제가 소설로 쓰기 시작한 거고요.”

이 소설 출간기념회가 31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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