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 ‘고욤꽃 떨어지는 소리’(시학) 중에서
백 년 그늘 아래 일어난 일들 참 흥미진진하네요. 어쩌면 저리도 시끌벅적한 고요가 다 있을까. 새 똥 누는 소리, 버마재비 속옷바람으로 날아가는 소리, 금강초롱 꽃 피는 소리, 어린 바람 히히 대는 소리 다 합쳐도 술 취한 사람 잠꼬대하는 소리만도 못하겠어요. 아 물론 그 밖에도 자벌레 아삭아삭 풀잎 갉아먹는 소리, 민달팽이 배 끄는 소리, 망초꽃 흰눈썹 빠지는 소리는 치지도 않았지요. 보는 이 없어도 그냥 이루어지는 기교라 하셨나요. 외롭기로야 평생 벌, 나비 한 마리 날아오지 않는 충매화도 있는걸요. 아무도 보지 않아도 제가 저를 보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일이지요. 저마다 외로워도 숲이지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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