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41명 司試2차 합격…‘고시촌 사랑방’ 경사났네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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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아름다운 교회에 모인 고시생들. 이 교회는 올해 사법시험 2차 합격자 41명을 배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사진 제공 아름다운 교회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아름다운 교회에 모인 고시생들. 이 교회는 올해 사법시험 2차 합격자 41명을 배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사진 제공 아름다운 교회

‘지난해 사법시험 합격생 19명, 올해는 41명….’

유명 사법시험 준비 학원이나 대학의 선전용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가 아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고시촌인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자리 잡은 한 교회의 놀라운 실적이다.

화제의 교회는 6층 건물 지하 1층에 자리한 200평 규모인 ‘아름다운 교회’. 이 교회의 고시생 신도들은 14일 법무부가 발표한 제47회 사법시험 2차 합격자 1001명 가운데 41명을 배출했다. 또 올해 최연소 외무고시 합격생을 비롯해 공인회계사 2명, 세무사 2명도 배출했다.

1985년에 세워진 이 교회는 신림동이란 지리적 조건 때문에 신도의 절반 이상인 300여 명이 고시생이어서 이 같은 실적이 가능했다. 하지만 고시생 신도만 1000여 명에 이르는 주변 대형 교회가 배출한 합격생이 1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교회의 인치승(印致昇·51) 담임목사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교회가 고시 합격생 양성소보다는 고시생들의 안식처가 돼야죠”라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인 목사는 치열하게 공부하는 고시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조그만 배려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회 신도들은 명절 때마다 고향을 찾아가지 못한 고시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고 옷가지 등을 선물하는 것은 물론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신림동 일대 고시원을 누비며 이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고 있다.

인 목사는 “합격의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이 피폐해지기 쉬운 고시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이라며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회의 합격생 가운데 일부는 공부 시간을 쪼개 매주 교회 신도들과 함께 거리를 청소하는 등 꾸준히 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시 합격생 김재훈(26) 씨는 “매주 청년부 모임에서 많은 분이 고시생을 격려해 주셨다”면서 “교회가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괴로울 때면 언제든지 목사님과 상담을 할 수 있어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인 목사는 “교회 신도 가운데 합격생이 많아진 것은 기쁜 일”이라며 “하지만 낙방한 고시생을 위로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고시생들이 언제든지 와서 쉴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가 됐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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