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TV영화/16일]‘생활의 발견’ 외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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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홍상수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다. 홍 감독이 연출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대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를테면 뜬금없는 대사가 많다거나 일상의 한 장면을 본떠 놓은 듯한 현실감 그리고 현실과 미래에 대한 냉혹한 시선 같은 것 말이다.

‘생활의 발견’은 홍 감독의 전작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쾌한 반란이나 실망스러운 유희로 비칠 만한 소지가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지역적 중심축, 즉 서울 춘천 경주를 기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경수가 연극배우로서 좌절감을 확인하게 되는 서울에서의 삶, 원하진 않았지만 자신에게 사랑을 호소해 오는 명숙을 만나는 춘천에서의 하루, 그리고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워졌던 선영과 보내는 경주에서의 시간 말이다.

어떤 점에서 ‘생활의 발견’은 경수라는 남자의 판타지를 로드무비 형식으로 융해해 냈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을 호소하며 투신하는 명숙과 잡힐 듯 말 듯 벗어나는 선영은 남성적 판타지의 두 축 구실을 한다. 대개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열렬히 쫓아다녔던 여자라도 그 마음을 얻게 되면 조금은 시시해지지 않던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명숙과 선영은 한 여자의 두 가지 버전으로 비칠 만하다.

“우리 사람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라는 대사나 호전성에 가까운 명숙의 돌출 행동은 영화적 의미 맥락 속에서 과연 어떻게 해석돼야 할지 불분명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불가해함을 통해 일상적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연출력이 홍상수 영화의 힘이기도 하다. 2002년작. 115분. ★★★★

◆미세스 다웃파이어

가족 영화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아이들에게는 친근하지만 남편으로서는 형편없는 남자 대니얼이 좌충우돌 끝에 가장으로 되돌아온다는 내용. 평범한 이야기지만 여장으로 분한 로빈 윌리엄스의 뛰어난 코믹 연기로 평범한 작품 수준을 넘어선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영화들이 넘치는 요즘,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랜 만에 함께 볼 만한 영화라는 점에서 추천한다. 원제 ‘Mrs. Doubtfire’. 1993년 작. 125분 ★★★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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