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아저씨 찰칵! 어머, 누구랑 닮았네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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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진짜 연예인이야?” 왼쪽부터 가수 신정환, 신정환을 닮은 일본남자 배우, 가수 탁재훈, 탁재훈을 닮은 부산의 한 여성. 사진 제공 KBS
“어느 쪽이 진짜 연예인이야?” 왼쪽부터 가수 신정환, 신정환을 닮은 일본남자 배우, 가수 탁재훈, 탁재훈을 닮은 부산의 한 여성. 사진 제공 KBS

《매주 화요일 밤 11시 5분 KBS 2TV ‘상상플러스’에서는 ‘개그’ 없이 시청자들을 압도하는 코너가 있다. 바로 ‘스타 닮은꼴을 찾아라’ 코너이다. “자, 신정환 씨의 닮은꼴을 공개합니다.”

“푸하하.” 사진이 공개된 뒤 2초도 안 돼 출연자, 방청객 모두 웃음보가 터진다. 이 코너는 누리꾼(네티즌)들이 ‘상상플러스’ 인터넷 자료실에 게시한 사진 중 프로그램 출연자들과 닮은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 주는 코너다. 누리꾼들이 직접 휴대전화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이웃, 친구들 사진부터 외국 연예인, 심지어 고구려 벽화나 국사 책에 등장하는 옛 선비들 사진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스타들의 닮은꼴 사진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미니홈피를 통해 확산되면서 누리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 너도나도 연예인 닮은꼴

올해 3월경 ‘상상플러스’에서는 퀴즈를 틀린 출연자에 한해 벌칙으로 출연자와 닮은꼴 사진을 공개했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단순 참여의 하나로 여겼지만 방송이 나간 직후 누리꾼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아예 고정 코너를 만들었다. 8월에는 ‘스타 닮은꼴을 찾아라’를 특집으로 1시간 동안 방영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인터넷 자료실에 한 주 평균 1만 건 이상의 사진을 게시한다. 지금까지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사진은 가수 신정환의 닮은꼴 사진으로 지하철 안의 일본 아줌마 사진과 목에 깁스를 한 일본 남자 배우 사진 두 장은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1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그 밖에 가수 탁재훈을 닮은 아줌마 사진, 개그맨 정형돈을 닮은 중국인 의사 사진 등도 인기를 얻었다.

개그맨 이휘재는 “내 모습과 똑같은 사진이 공개될 때마다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반감보다도 누리꾼들이 방송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가수 탁재훈은 “닮은꼴 연예인 사진이라고 말하면 시청자들은 이미 웃을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연예인들끼리의 닮은꼴 사진이 뉴스가 되기도 한다. 최근 한 인터넷 매체에서 ‘영화배우 문근영이 1977년에도 영화에 등장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문근영과 닮은 흑백사진의 이 배우는 바로 1970년대 영화 ‘꼬마신랑’의 주인공 김정훈이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포털사이트의 일일 검색어 순위 1, 2위에 문근영과 김정훈이 나란히 오르기도 했다.

○ 순간의 폭소… 전형성에서의 일탈

‘연예인 닮은꼴 사진 찾기’는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욕구 △연예인에 대한 이미지가 ‘신비성’에서 ‘친근함’으로 변화 △디지털 카메라, 휴대전화 카메라, 인터넷 등 ‘개인 미디어’의 발달 등으로 누리꾼들에게 새로운 재밋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상상플러스’ 이세희 PD는 “누리꾼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매체와 스타들의 영역인 방송 간의 매체 영역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며 “‘연예인 닮은꼴 사진’ 열풍은 그 문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러한 닮은꼴 사진의 웃음 코드에 대해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연예인의 얼굴, 모습에는 ‘전형성’이 존재하는데 스타들과 닮은 일반 사람들은 전형성에서 벗어난 이미지”라며 “사진을 보는 순간 나오는 웃음은 심리적으로 전형에서 일탈됐을 때 느끼는 쾌감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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