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해피투게더 프렌즈’ 연예인 친구찾기 숨은 이야기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3분


“친구야!”

댄스 듀엣 ‘클론’의 멤버 구준엽(35)이 한 남자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낮게 읊조린다.

‘맞는 것 같은데…’ ‘아니면 어쩌지?’

손을 내밀고 있는 3초가 3시간처럼 길게 느껴진다. 긴가민가 하는 사이, 쑥스러움과 긴장감이 그를 압박한다. 진행자, 방청객, 시청자들 모두가 숨을 죽인다. 잠시 후 남자는 씩 웃으며 대꾸한다.

“반갑다 친구야!”

매주 목요일 밤 11시 5분 방송되는 KBS2 ‘해피투게더 프렌즈’는 연예인들의 어릴 적 친구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스타는 25명 출연자들 중에서 진짜 친구 5명을 가려내야 한다. 각 1분씩 다섯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연예인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같지만 시청자들은 TV를 보면서 스타와 더불어 그들의 친구를 찾는다. 최근 시청률 19%(TNS미디어코리아 통계)를 넘기며 오락 프로그램 시청률 1, 2위를 다투고 있다. 과연 스타의 친구들은 어떻게 섭외를 하는지, 가짜 친구들은 어떤 방법으로 출연을 시키는지 뒷얘기를 알아봤다.

○ 킹카 여학생 찾아 달라는 등 특이한 주문도

이 프로그램의 작가 신여진 씨는 “한 스타의 초등학교 동창 5명을 찾는 데 소요되는 준비기간은 평균 3주, 준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한 달 전 출연자 섭외가 완료돼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해당 출연자에게 10명 정도 꼭 만나고 싶은 친구의 명단을 받는다. 대부분 6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을 꼽지만 개그맨 윤정수는 다른 반의 ‘킹카’ 여학생, 탤런트 예지원은 2학년 때 친구, 유재석은 전학 가기 전 학교의 친구들을 찾아 달라는 특이한 주문도 했다.

일단 명단을 넘겨받으면 제작진은 스타의 출신 학교에 찾아가 졸업 앨범과 생활기록부를 통해 1차 정보를 얻는다. 이어 여의도 인근 경찰서와 여러 동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친구들의 현 주거지와 연락처를 파악한다. 이사를 했거나 지방으로 내려간 경우도 많아서 한 명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만 평균 1주일이 걸린다.

스타들은 너무나 달라진 친구들 앞에서 어리둥절해 한다. 개그맨 이혁재는 3번의 기회를 사용할 때까지 한 명도 찾지 못해 스태프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가수 홍서범은 35년 전 친구를 찾고 악수까지 나눈 후 “너 누구니? 사실 기억이 안나”라고 말했다.

○ 가짜 친구들 오디션 보고 뽑아요

‘해피투게더 프렌즈’의 백미는 바로 가짜 친구들. 이들은 스타의 옛 추억을 진짜 친구보다 더 많이 꿰뚫고 있다. 연기파 가짜 친구들은 어떻게 섭외할까?

가짜 친구들은 대사 없는 ‘자리 지키기’형과 연기를 해야 하는 ‘연기파’형으로 나뉜다. 자리 지키기형은 일반 방청객과 인터넷 홈페이지의 ‘가짜 친구 출연신청’ 코너에 신청한 누리꾼으로 구성된다. 연기력이 요구되는 연기파형은 연기학원 수강생들이 출연한다.

제작진은 20명의 가짜 친구를 선발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오후 약 30명을 대상으로 ‘6mm 카메라’로 오디션을 본다. 윤현준 PD는 “자리 지키기형을 뽑는 데는 졸업 앨범에 나온 스타의 친구들과 얼마나 닮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해피투게더 프렌즈’가 겉으로 보기에는 추억을 일깨워 주는 고상한 프로그램 같지만 스태프는 그 고상함을 위해 몇 주 동안 발품을 팔아야 하는 ‘백조’ 같은 신세”라고 말했다.

스태프가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스타
출연 연예인이유
이혁재친구를 너무 못 찾아서(3번의 기회가 지나갈 때까지 친구를 찾지 못함. 그 뒤 진행자가 “저기 앉아 계신 분 얼굴 빨개졌어요”라고 힌트를 주었음)
박준규교우관계가 너무 넓어서(대부분 연예인이 어릴 때 친구들과 연락이 잘 안 닿는 데 비해 박준규는 예외였음. 그는 제작진에 “나랑 별로 안 친한 친구들을 찾아 달라”고 부탁)
조민기, 지상렬뒤풀이 장소에서의 ‘응원 대결’(포장마차에 모인 두 스타의 친구들이 교가, 학교 응원 구호 등을 외치며 상대를 기선 제압하기 위한 대결을 펼침)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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