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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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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강산에(42)는 웃으면서 인사했다.
그럴 법도 하다. 그는 처음으로 라디오 DJ를 맡았다. 9월 5일부터 CBS FM(93.9MHz)에서 신설된 가요 프로그램이다. 제목은 그의 인사말대로 ‘DJ라기엔 좀 쑥스럽지만 강산에입니다’. 매일 오후 2∼4시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강산에는 너스레를 떨었다. “전에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했거든요. 요즘은 일찍 일어나요. 오전 10시 반쯤.”
그간 DJ 제의가 들어오긴 했지만 ‘그냥 해보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번 제안을 받았을 때 아내가 “그동안 많이 놀았으니까 하는 것도 좋겠다”고 권했다. 주변 사람들도 “무슨 실수를 할까 기대된다”며 용기를 북돋웠다.
‘DJ라기엔…’는 강산에의 평소 입담을 높이 산 라디오 관계자들이 적극 추천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그는 “그럴 리가…. 저 말 잘 못하거든요”라고 한다. “재미있는 얘기를 하려다가도 먼저 웃어버리거든요. 말도 유창하게 하지 못하고요.”
그렇게 어눌한 말투가 청취자들에게는 매력적이다. 그는 무심한 듯이 “화장실은 좀 참고 들어요”라고 하거나 “안녕하십니까…목 다듬고 다시…안녕하십니까”라고 하는데, 청취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편하고 자연스럽다’ ‘분위기 있다’고 평한다. “첫 방송 때는 사고 나는 줄 알았어요. 방송 시작했는데 시그널음악이 나오지를 않더라고요. 당황해서 아무 말 못하고 눈치만 살폈죠. 지금이라면 무슨 얘기든 해서 잘 넘겼을 텐데….”
광고가 나갈 차례인데 “다음 노래 듣겠습니다”라기도 하고, PD의 신호를 몰라 방송 중 “네?”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다. DJ라고 소개하기가 ‘덜 쑥스러워졌다’.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쓰는 대신 지금 모습 그대로 진행하려고 한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고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한다는 게 ‘DJ 강산에’의 각오다.
그는 “여행가고 싶은데…. 매일 생방송이라 시간을 못 쓰는 게 아쉽다”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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