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단? 환구단?… 문화재청 ‘환구단’으로 변경 추진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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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소공동 원구단의 3층짜리 8각지붕 건물 황궁우(皇穹宇). 사진 제공 문화재청
서울 중구 소공동 원구단의 3층짜리 8각지붕 건물 황궁우(皇穹宇). 사진 제공 문화재청
‘(원,환)丘壇은 원구단인가, 환구단인가.’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 옆에 위치한 사적 157호 원구단의 이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이 이달 초 원구단의 이름을 환구단으로 바꾸기로 방침을 정하자 이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

원구단은 1897년 10월 고종이 황제 즉위를 하늘에 알리는 고제(告祭)를 올렸던 곳. 제를 올리는 단(壇)이 원형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통상 원구단으로 불려왔다.

논란의 핵심은 원구단의 한자 표기인 ‘(원,환)丘壇’을 원구단으로 읽을 것인지, 아니면 환구단으로 읽을 것인지의 문제. 원구단이 조성됐을 당시의 ‘고종실록’에는 한글 표기 없이 ‘(원,환)丘壇’으로만 되어 있다.

문화재청은 “당시 고종의 고제 사실을 보도한 ‘독립신문’ 1897년 10월 12일자를 보면 환구단으로 표기되어 있어 환구단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사편찬위원회의 나각순 연구원은 “하늘은 둥글다는 전통 천문관에 따라 천원(天圓)이라는 말이 나온 것처럼, 하늘에 제를 올리는 둥근 모양의 단은 둥글다는 의미의 ‘원’자를 따라 원구단으로 읽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문화재 사료 수집가인 이순우 씨도 “독립신문 1897년 10월 5일자와 10월 7일자에는 환구가 아니라 원구라고 표기돼 있다”며 “1980년 문화재위원회가 이미 원구단으로 정한 바 있는데 굳이 환구단으로 바꿔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10월 말 열리는 문화재위원회에서 변경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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