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남사당]부활한 ‘바우덕이’ 어름산이 박지나

  • 입력 2005년 9월 20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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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빼어난 미모와 기예를 갖춘 여성 꼭두쇠로 100여명에 달하는 남사당패를 이끌었던 ‘바우덕이’. 그 화신이 130여년 만에 부활해 안성에서 외줄을 타고 있다.

주인공은 여고생 어름산이 박지나(18) 양. 6년째 안성시립 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에서 줄에 몸을 띄웠다.

안성 남사당 전수관 연습장에서 만난 지나 양은 탤런트 장나라 씨를 닮은 자그마한 체구의 귀여운 소녀였다.

‘줄타기의 매력’에 대해 묻자 이 소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잖아요. 줄 위에 오르면 스릴 있고, 새가 된 듯 나는 기분이 좋아요. 또 다른 기예처럼 단체연이 아니라 저는 저 혼자 제 이름 걸고 나가니까 특별해서 좋고, 사람들이 제 이름을 알아줘서 기뻐요”라고 명랑하게 답한다.

지나 양은 초등학생 3학년 때 학교 특기 적성 교육으로 풍물과 인연을 맺은 뒤 6학년 때 줄타기를 권유받았다.

“처음에 줄타기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대가 심하셨어요. 그래서 아버지 몰래 배우다가 울고 조르고 하니까 겨우 허락해 주셨죠. 저는 하고 싶은 건 꼭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공연 때면 줄 위에서 넉살도 부리고 재담도 곧잘 하지만 아직은 고교 2년생. 한참 친구들하고 놀 나이에 줄타기가 힘들 법하다.

“저도 평범하게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나가 놀고 싶지만, 줄 타는 감각을 잃을 까봐서요. 제 이름을 걸고 하니까 연습을 거를 수 없어요.”

옆에 있던 성광우(상쇠) 씨는 “발랄하고 부지런하고 무엇보다 지독한 ‘연습광’”이라며 “지나는 풍물단에서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존재”라고 추켜세운다.

어린 시절 지나 양에게 줄타기는 신나는 놀이였다. 그러나 요즘 들어 부쩍 공연이 어려워졌다.

“중학교 공연 때 겁을 집어 먹고 떨어진 적이 있어요. 그때 기술은 지금까지도 공연에 못 올리고 있어요. 여전히 공연 전에는 가슴이 콩닥거리고 긴장도 많이 되지만, 줄 위에 올라가서는 ‘잘하자’는 생각만 해요.”

‘어름산이’하면 세상 사람들이 바로 박지나를 떠올리게 만들겠다는 것이 꿈이라는 그녀.

“제가 유명해져서 줄타기도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줄타기가 보기 힘든 연희가 아니고 대중 속에 흔히 볼 수 있는 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꿈은 이뤄진다’고 했던가. 오늘도 지나 양은 뜨거운 열정으로 밤 10시까지 줄을 타며 재인의 길을 걷는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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