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사 고위층이 외주제작사 감싸기” 의혹 제기

  • 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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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수요기획’에서 6월 1일 방영한 다큐멘터리 ‘자동차, 반란을 꿈꾼다’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KBS 노동조합이 사측에 대해 감싸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자동차…’는 한 중소기업이 세계 최초로 상용 전기자동차인 EV 1, 2호 개발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담았으나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을 받아 프로그램을 만든 외주제작사인 JRN프로덕션이 8월 징계를 받았다.

KBS 노조는 20일 발행할 노보에서 프로그램 및 JRN프로덕션과 관련해 회사 고위층의 문제 축소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7일 노조와 회사 간에 열린 공정방송위원회에선 지난해 9월 KBS 외주프로그램 공모에서 한 외주사가 낸 ‘○○○의 행복한 밥상’ 기획안을 JRN프로덕션이 ‘행복한 밥상’이란 이름으로 11월부터 방영하게 된 과정의 문제점이 집중 논의됐다.

KBS의 한 관계자는 “당시 JRN프로덕션은 ‘행복한 밥상’과 유사한 공모안을 내지 않았으나 외주제작팀장이 지난해 10월 JRN프로덕션이 ‘행복한 밥상’을 만드는 것으로 편성기획팀에서 결정했으니 빨리 제작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며 “외주프로그램 선정은 외주운영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KBS 감사팀도 14일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노조는 ‘수요기획’ 파문과 관련해 6일 외주운영위에서 JRN프로덕션이 더는 KBS 프로그램을 맡지 못하게 완전 퇴출시킬 것을 결정했으나 경영진이 ‘억울한 점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라’며 결정을 미룬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다.

또한 올봄 외주 프로그램에 대해 제작비를 일괄 삭감 또는 동결했으나 유독 JRN프로덕션의 ‘병원 24시’만 올려준 점도 의혹을 사고 있다.

회사는 14일 노조에 보낸 답변서에서 “프로그램의 허위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행복한 밥상’과 관련된 사안은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여서 노사 간에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동차…’ 프로그램의 내용과 관련한 KBS 내부 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상용 전기자동차로 소개된 차량이 프랑스제 차량(마이크로카 사의 MC1 모델)의 차체에 배터리와 영국제 모터를 단순 조립한 것에 불과하며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테스트를 받지 못한 차량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JRN프로덕션의 전형태 대표는 “공모 당시 ‘행복한 밥상’과 비슷한 ‘먹거리 대혁명’이라는 기획안을 냈다”며 “제작비 인상도 우리가 협찬을 받은 돈의 일부를 보전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또 KBS 간부의 비호나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가 확인한 공모 접수대장에는 ‘먹거리 대혁명’이란 기획안이 없었다.

또 전 대표는 “프로그램에서 ‘상용 전기자동차 개발에 성공했다’고 단정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상용화를 위한 시도’라고 했다”며 “방영 화면에 자동차 제작사 이름과 로고가 나온 적은 있지만 실명으로 방송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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