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불교’ 대중화 큰 족적…法長스님 애도물결

  • 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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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 조계종은 종무 행정을 총괄하던 총무원장 법장(法長) 스님이 갑자기 입적하자 슬픔에 휩싸인 채 장례 준비 등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일생과 업적=법장 스님은 고교 재학 시절인 1960년 3월 출가해 구도자의 길을 걸었다. 은사인 원담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1965년부터 덕숭산의 정혜사 능인선원, 통도사 극락선원 등에서 3번의 용맹정진과 5번의 단식을 하는 등 정진했다.

1992년 수덕사 주지를 맡아 한국 근대 선(禪)의 중흥조인 경허(鏡虛) 만공(滿空) 용성(龍城) 대선사의 선풍을 계승 선양하고 있는 덕숭총림 수덕사의 위상에 걸맞게 ‘한국불교선학연구원’을 설립해 한국 불교의 선맥(禪脈)을 정립하고 정법을 수호하는 일에 나섰다.

1981년 중앙종회 사무처장을 시작으로 종무 행정을 시작한 스님은 1994년 개혁회의 위원, 1999년 법규 위원으로 종단 개혁에 일익을 담당했다. 2003년 2월 제31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뒤에는 종단 안정과 활발한 대외 활동을 통해 불교의 사회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교세를 확장했다. 한국불교문화산업단을 통해 템플스테이 사업을 전국 사찰로 확대해 마침 주5일 근무제로 늘어난 주말 여행객들을 산사로 끌어들이는 포교 활동을 성공적으로 폈다. 지난해 4월 수재(水災)를 겪은 스리랑카에 조계종 마을을 조성했으며, 11월에는 금강산에 신계사 대웅보전을 복원했다. 올해 4월에는 숭산(崇山) 스님이 입적한 뒤 방황하는 외국인 스님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화계사 회주를 맡는 등 국제 포교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실천하는 불교’의 큰 족적이었다.

슬픔에 잠긴 불교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11일 조계사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스님들이 슬퍼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빈소 모습=11일 오전 법장 스님의 법구(法柩)가 서울대병원에서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로 운구돼 대웅전 옆 극락전에 빈소가 마련됐다. 장의위원장인 총무부장 현고(玄(고,호)) 스님을 비롯해 중앙종회 의장 법등(法燈) 스님, 수덕사 회주 설정(雪靖) 스님 등 종단 집행부와 각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법구가 옮겨진 뒤 곧바로 조문했고 재가(在家) 불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날 빈소에는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 정동채(鄭東采) 문화관광부 장관, 이미경(李美卿)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등이 찾아 애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鄭鎭奭) 대주교는 “법장 스님의 입적은 불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큰 슬픔”이라는 애도 메시지를 발표했다.

▽향후 절차=총무원법에 따라 총무부장 현고 스님이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조계종은 30일 이내에 후임 총무원장 선거 절차를 공고하고 그로부터 30일 안에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

조계종은 그동안 총무원장 선거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선거를 급하게 치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기존 선거 절차에 따라 새 총무원장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종회 의원 81명과 24개 교구에서 10명씩 선출된 대의원 등 총 321명이 투표에 참여하며 이 중 과반 득표를 해야 총무원장에 선출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차 투표의 1, 2위 득표자를 놓고 2차 투표에 들어가 다수 득표자가 총무원장이 된다. 어느 경우든 원로회의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 새 원장은 임기 4년을 새로 시작하게 된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盧대통령 애도 메시지▼

멕시코를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입적과 관련해 “대종사는 한국 불교의 선맥을 정립하고 정법(正法) 수호에 앞장서 왔으며 최근 북한을 방문하는 등 남북 화해와 협력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애도의 메시지를 조계종에 보냈다.

멕시코시티=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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