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자기야, 이번 추석에 한복 어때”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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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색 치마에 수를 놓은 분홍색 배자를 입었고 남자는 치마보다 더 옅은 색의 바지에 다홍색 조끼를 입어 서로 톤을 맞췄다. 아래는 뒤꽂이와 가락지. 협찬: 박술녀/한복 모델: 정한나 양호성 - 변영욱 기자
여자는 남색 치마에 수를 놓은 분홍색 배자를 입었고 남자는 치마보다 더 옅은 색의 바지에 다홍색 조끼를 입어 서로 톤을 맞췄다. 아래는 뒤꽂이와 가락지. 협찬: 박술녀/한복 모델: 정한나 양호성 - 변영욱 기자
추석 등 명절에는 아무래도 한복이 어울린다.

거추장스럽다며 외면하는 이들도 있지만, 최근 한복은 우아하고 기품있는 맵시와 고운 빛깔로 해외에서 한류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또 국내 상류층을 중심으로 한복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고 한복 디자이너들은 입을 모은다.

추석 연휴가 예년에 비해 짧지만 오랜만에 한복을 입고 가족 나들이에 나서는 것도 명절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한다. 최근에는 한복 대여점을 통해 손쉽게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다.

○ 한복에도 유행이 있다

여성 한복의 유행은 저고리의 길이에 따라 가늠한다. 한때 기생의 옷처럼 짧은 저고리가 유행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저고리의 길이가 길어지고 있다.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씨는 “3, 4년 전에 비해 저고리의 앞뒷길은 2, 3cm 길어졌고 깃은 1cm 정도 짧아졌으며 소매 폭은 활동이 편하도록 2, 3cm 좁아졌다”고 말했다. 또 예전 치마는 주름의 폭이 넓었으나 최근에는 잔잔한 주름을 넣어 가슴이 지나치게 불룩해보이지 않도록 한다.

남성 한복에는 특별한 유행이 없으나, 색상이 한결 곱고 화사해졌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즐거운 명절인 만큼 화사하면서도 은은한 색상의 한복이 어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 씨는 젊은 여성은 분홍 치마에 노랑 저고리, 중년 여성은 쥐색 치마에 분홍이나 다홍 저고리 또는 감색 치마에 미색 저고리를 추천했다. 젊은 남성은 보라색 바지에 옥색 저고리와 분홍 조끼와 마고자, 중년 남성은 짙은 카키색 바지와 미색 저고리에 와인색이나 자주색 벽돌색 조끼와 마고자가 멋스럽다.

남성의 마고자는 원래 중국의 옷으로, 우리 전통으로는 조끼보다 긴 배자를 입는 게 맞다. 추석 즈음에는 춥지 않으니 털이 달리지 않은 배자를 저고리 위에 입으면 좋다.

남녀 모두 색동 저고리를 입는 것도 좋은데, 원색의 색동보다 채도가 낮은 파스텔 톤이 우아해 보인다. 부부끼리 한복의 톤을 맞춰 입으면 훨씬 다정해 보인다.

○ 한복 이렇게 입어야 멋스럽다

한복의 멋은 단아함에서 나온다. 디자인도 단순한 게 좋다. 요란한 문양은 입는 이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그 대신 고급 원단에 바느질이 곱게 된 것을 선택한다.

여성은 노리개나 반지, 뒤꽂이(올림머리에 꽂는 장식) 등으로 우아한 멋을 더 낼 수 있다. 노리개나 비녀는 여름에는 옥이나 비취, 봄 가을에는 칠보 장식이 무난하며 겨울에는 산호나 호박이 예쁘다. 가락지도 비녀와 노리개의 색상에 맞춰 낀다. 목걸이와 귀걸이는 하지 않는 게 좋지만, 귀걸이를 하고 싶을 때는 귀에 달라붙는 진주나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한다. 최근 노리개를 3개씩 하는 사람이 많은데 당의를 입을 때만 그런 것이고 보통 한복에는 하나만 하는 게 맞다. 뒤꽂이는 큰 것은 한 개만 하고, 작은 것은 3개를 한다. 보통 2개는 하지 않는다.

여성의 저고리는 뒷길이 짧고 앞길이 길기 때문에 치마를 입을 때 뒤쪽은 바싹 끌어 올리고 앞쪽은 내려서 입어야 한다. 저고리는 어깨선이 앞으로 오도록 당기고 동정은 뒷목에 닿도록 입어야 한다. 버선을 신고 구두를 신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남성의 경우 저고리 깃 속으로 속옷이 보이면 오랜만에 입은 한복의 멋을 훼손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신발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신었던 ‘태사혜’가 어울린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헤어스타일은 목선 드러나는 ‘업 스타일’ 잘 어울려▼

한복은 평상복보다 명도와 채도가 높기 때문에 메이크업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얼굴이 어두워져 초라해보이기 쉽다. 그렇다고 짙은 화장은 금물.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밝으면서 한복의 색조와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

피부는 보통 때보다 한 톤 밝게 표현한다. 특히 눈 밑을 환하게 해 줘야 얼굴 전체가 밝아 보인다. 목에도 파우더를 발라 환하게 표현한 얼굴과 경계가 지지 않도록 한다.

이가자 헤어비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경아’ 실장은 “아이섀도도 보통 때 다크 브라운 계열을 썼다면 한복을 입을 때는 핑크나 오렌지 톤이 가미된 브라운을 쓰는 등 좀 더 밝게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강하지 않게 눈에 음영만 준다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펴 바른다. 아이 라이너나 마스카라는 평상시보다 두드러지지 않게 한다. 두껍고 끝이 치켜 올라간 아이라인은 어색하다.

한복 화장의 포인트는 입술. 립 라이너로 선을 분명하게 그린 뒤 립스틱을 바르고, 같은 계열의 립글로스를 입술 중앙에 살짝 덧바른다. 한복의 색상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짙은 색상의 립스틱이 좋다. 요즘은 립글로스만 바르는 경우가 많지만 한복을 입을 때 그렇게 하면 정갈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헤어스타일도 한복의 맵시를 좌우하는 변수다. 반드시 목선이 드러나는 ‘업 스타일’을 해야 한다. 짧은 커트 머리는 드라이를 한 뒤 부분 가발을 이용해 올림머리로 연출할 수도 있다. 단발머리는 묶은 뒤 망으로 감싼다.

올리는 위치도 중요하다. 너무 아래쪽이면 동정에 닿아 불편하고, 너무 위쪽이면 한복의 우아함과 어울리지 않는다. 뒷목 위의 움푹 들어간 부분에서 조금 위쪽이 적당하다. 라뷰티코아의 헤어디자이너 이지연 씨는 “최근에는 볼륨감을 강조하기보다 단아하고 심플하게 맵시를 내는 게 추세”라고 말했다.

계란형의 얼굴이 아닌 사람은 올백 스타일을 피하는 게 좋다. 둥글거나 각진 얼굴은 가운데 가르마보다 옆 가르마를 타서 머리를 올리는 게 낫고, 양 옆머리를 꼬거나 땋은 뒤 올려 주면 얼굴의 결점이 덜 드러난다. 앞머리는 사선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매만진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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