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김호진 “스파게티에 아내 사랑 담았어요”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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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호진이 아내 김지호를 위해 스파게티를 준비한 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탤런트 김호진이 아내 김지호를 위해 스파게티를 준비한 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탤런트 김호진(35)은 세 가지를 통해 행복해졌다. 첫 번째는 2000년 MBC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부부로 출연하다 ‘거짓말’처럼 진짜 부부가 돼 버린 김지호(31)와의 결혼이고, 두 번째는 지난해 딸 효우가 태어난 것이다. 마지막은 연기가 아니다. 뜻밖에도 총각 시절부터 줄곧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은 요리다.

연기가 기쁨과 고통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업(業)’이라면 취미로 시작한 요리는 언제나 즐거움을 줬다. 2000년 케이블 TV ‘푸드 채널’의 MC로 요리와 인연을 맺은 뒤 한식과 복어 요리 조리사 자격증까지 땄다. 최근에는 푸드 아카데미 ‘라퀴진’(www.lacuisine.co.kr)에서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홈메이드 레스토랑 스토브에서 아내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그를 만났다.》

○요리에 마음을 담는다

이날 그는 ‘토마토 & 모차렐라 스파게티’, 구운 야채샐러드 등 이탈리아식 메뉴를 준비했다. 최근 배운 이탈리아 요리 솜씨도 가다듬고 무엇보다 김지호가 면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요리는 남자들이 배워 볼 만합니다. 한국 요리는 찌개 하나를 끓여도 맛을 내기 쉽지 않습니다.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맛의 원천이 되는 장과 김치 자체에서 제 맛이 나야 하기 때문이죠. 반면 이탈리아 요리는 이런 어려움이 적어 ‘남편은 요리사’라는 칭찬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10일까지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리는 상차림 관련 종합박람회 ‘토야 테이블웨어 페스티벌’에서 초대 디자이너로 참여해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 파티’를 연출했다. 음식이 등장하지 않는 행사이지만 모던하면서도 심플한 테이블 세팅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요리를 좋아하다 보니 음식을 담는 그릇과 배치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속사정도 있다. 올해 생일(7월 22일)에 드라마 촬영 때문에 집에 오지 못했던 아내에 대한 배려의 마음도 깔려 있다.

“좀 쑥스럽지만 ‘Party 0722 아내의 생일 파티’라는 제목으로 제 마음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음식은 준비하는 마음에 따라 뻔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생애 ‘최고의 밥상’이 되기도 합니다.”

○왜 요리를 하냐구요?

‘음식점이라도 차릴 생각이냐’ ‘요리책이라도 내냐’.

가까운 이들이 그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요리의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요리를 시작하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2, 3시간 집중하면 정신이 맑아져요. 제 경우에 요리는 스트레스 받을 때나 힘들 때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요리와 관련된 책을 내자는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아직 생각이 없다고 했다.

“저는 연기하는 배우죠. 게다가 요리는 알면 알수록 그 세계가 점점 더 크게 보여 두려워집니다. 끝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내가 요리 좀 한다’는 말을 못하게 되더군요.”

대신 그는 눈이 안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는 20대 때 특유의 미소를 보이면서 소박한 미래의 모습을 그렸다.

“곰곰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는 탤런트였지만 외국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아이가 유학이라도 가면 뒷바라지도 하면서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가족사랑이 최고의 양념

밖에서 기다리던 김지호가 불쑥 들어왔다. 자격증은 없지만 ‘찌개의 달인’이라고 자부하는 김지호의 만만치 않은 농담이 이어졌다.

“남들은 오빠가 요리 잘한다는데 난 모르겠더라.”(지호)

“지난 번 크림 스파게티가 맛있다고 했잖아.”(호진)

“그때는 그랬는데 좀 지나고 보니 그렇지도 않아.”(지호)

“그건 네 입맛이 세련되지 못해서 그런 거야.”(호진)

김호진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복어 요리 조리사 자격증을 딴 뒤에도 김지호의 반응은 “잘 됐네”라는 한마디였다.

하지만 심드렁한 표현과 달리 김지호는 내친김에 양식과 일식 조리사 자격증도 따겠다는 남편의 절대적인 후원자다.

“제가 좀 고집이 센 편인데 지호가 많이 따라주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는 효우가 있으니까 제과나 제빵도 좀 해 보라고 하더군요.”(호진)

이들은 매년 12월 11일에 결혼식을 올린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그때의 느낌을 기억하자는 약속을 지켜 왔다. 하지만 김호진은 새 드라마 촬영 때문에 촬영장과 호텔을 오가느라 바쁜 밤이 될 것 같다며 걱정하는 눈치다.

“사실 자격증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자격증은 요리에 대한 정신과 기본을 확인하고 가르쳐주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남성 여러분! 요리 두려워하지 마세요. 테크닉보다 아내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최고의 양념입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김호진이 권하는 ‘토마토&모차렐라 스파게티’▼

△재료=스파게티 160g, 올리브 오일 1큰 술, 파마산 치즈 15g, 신선한 모차렐라 치즈 30g, 바질 적당량, 건조한 토마토 5조각, 구운 마늘 5쪽, 치킨 육수 50mL, 가지 1/2개, 호박 1/2개, 파슬리 소금 후추 적당량

△만드는 법

1. 끓는 물에 스파게티를 3분 30초간 삶아 올리브 오일에 버무려 스파 게티가 서로 붙지 않도록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빨리 식힌다.

2. 중불로 달군 팬에 올리브 오일을 넣은 후 준비한 마늘을 넣고 향이 배도록 볶는다.

3. 팬의 마늘을 건져내고, 적당한 크기로 썬 가지와 호박을 넣고 볶는다.

4. 치킨 육수와 스파게티를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5. 소금과 후추로 적당히 간을 한다.

6. 소스 농도가 적당해 지면 건조한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넣고 센 불에서 빠르게 버무린다.

7. 파마산 치즈를 넣고 맛과 농도를 맞춘 후 파슬리와 바질을 넣어 향을 가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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