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수신료소송 파문]KBS 前세무소송담당 조상운씨 문답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코멘트
KBS가 수신료에 부과된 세금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 1심에서 승소하고도 조정신청을 낸 데 대해 전직 KBS 국장급 정책위원이었던 조상운(趙商云·59·사진) 씨는 “임금 협상에서 당장 쓸 수 있는 돈을 확보하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씨는 1992년부터 지난해 3월 퇴직할 때까지 12년간 KBS의 세무 담당 업무와 관련 소송 실무를 전담해 와 이 소송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인물.

다음은 조 씨와의 일문일답.

―KBS는 1심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완전한 승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내가 그동안 소송과 관련한 실무도 담당했는데 판결문 제일 앞장에 나온 ‘주문’에 적힌 내용이 법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판결문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문에 얼마 얼마(금액)를 취소했다고 나와 있으면 그 금액대로 이해하면 된다.”

―KBS의 승소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금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라는 반론이 있는데….

“세무와 관련한 행정소송을 12년 동안 쭉 지켜봤는데 행정소송에서 무언가를 취소하라는 것은 세금을 다시 계산한다는 것과는 무관하다. 판결문에 취소라고 나와 있으면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 세금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라면 판결문을 그렇게 쓰겠지.”

―KBS는 왜 1심에서의 2000여억 원 승소에 대해 불완전하다고 주장하나.

“승소 금액이 바뀔 수 있다거나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조정금액과의 차이를 줄여야 조정의 근거가 서질 않겠나. 그렇게 해서 조정을 합리화하려고 하는 것 같다.”

―KBS는 소송 건수를 언급하면서 16건 소송에서 ‘7승 9패’라고 하는데….

“건수로 따지면 그렇지만 이긴 소송의 판결문 주문에 나타난 액수를 합하면 대부분 승소한 것이다.”

―KBS의 조정 ‘의견서’에는 ‘506억 원을 받고 1500억 원을 포기한다’는 이야기는 단정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은데….

“조정을 통해 506억 원을 돌려받고 국세청 질의회신 내용에 따른다는 것은 사실상 그렇게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지금 1500억 원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법인세와 부가세를 국세청 주장대로 내겠다는 것이다. 1심에서 국세청조차 분명한 과세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는데 조정을 통해서 국세청 의견을 따르겠다는 것은 앞으로 낼 세금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세울 기회마저 포기하겠다는 얘기다. KBS가 조정이 아닌 판결을 받아야 앞으로 법인세와 부가세 등에 대한 분명한 기준도 마련되는 것이다.”

―KBS가 조정이 아닌 판결을 꼭 받아 봐야 한다는 근거는….

“KBS가 앞으로도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데도 조정을 통해 그 기회를 포기한다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을 포기하는 게 되고 KBS가 소송에 질 것인데도 조정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것이 된다. 어느 쪽도 정당하지 않은 것 같다.”

―KBS가 조정을 하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난해 적자가 600억 원이고 지금 임금 협상 중이다. 대법원 판결까지 가서 2000억 원을 받는다고 해도 지금 경영진에는 실익이 없을 것이다. 임금 협상에서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돈 500억 원이 나중의 2000억 원보다 더 긴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