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남도국악원, 무대위 “아리랑” 객석은 “쓰리랑”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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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세 뛰어나보세/윽신윽신 뛰어나보세/높은 마당이 짚어지고/짚은 마당이 높아지게 강강술래 강강술래….” 지난달 26일 밤 전남 진도군 임회면 국립남도국악원 야외공연인 ‘달빛마당’. 전남 함평군에서 온 60, 70대 노인 20여 명이 손에 손을 잡고 ‘고사리 꺾기’ ‘청어 엮기’ 등 강강술래 놀이를 배우고 있었다.》

처음엔 느린 진양조장단으로 시작하던 가락이 12박자의 자진모리로 옮겨가자 손놀림과 발걸음이 빨라졌다. 둥그런 원을 그리며 춤사위를 펼치던 노인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1박 2일의 국악 연수에 참가한 박문식(66·함평군 함평읍) 씨는 “처음 강강술래를 배우는 탓에 몸놀림이 어색했지만 구성진 장단에 어깨춤을 추면서 모두가 한마음이 됐다”고 말했다.


제주도, 거제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섬인 진도는 1년 내내 신명나는 가락과 놀이, 굿판이 끊이지 않는 민속의 보고(寶庫)다.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씻김굿, 다시래기 등 4종목이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로, 진도 만가(輓歌), 북놀이가 전남도 지정 무형문화재로 돼 있다. 인간문화재도 20여 명에 이른다.

이런 전통예술의 잠재력을 키워 가고 국악 대중화에 앞장서는 곳이 지난해 7월 개원한 국립남도국악원이다. 개원 1년 만에 무려 5만여 명이 다녀가 문화의 전당으로 자리 잡았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국악원 대극장 ‘진악당(珍樂堂)’에선 민간음악, 궁중음악, 창작음악 등 국악 전 장르에 걸친 공연이 1시간 반 동안 펼쳐진다. 금요 상설공연이 열리는 날은 600석 객석이 꽉 찬다.

진도를 찾은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 목포, 해남에서도 공연을 보러 온다. 경운기를 몰고 공연장을 찾는 주민도 많아 국악원이 따로 경운기 주차장을 만들었다.

이날 금요 상설공연은 1주일간 국악원에서 연수를 한 서원대 국악과 학생들의 무대로 꾸며졌다.

25현 가야금으로 ‘도라지’를 연주한 이혜민(22) 씨는 “시골 섬마을에 완벽한 음향과 조명시설, 이동식 무대를 갖춘 공연장이 있는 것에 놀랐다”면서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추거나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넣어주는 주민들의 무대 매너도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산하 국립 국악원은 전국에 3곳(서울, 진도, 전북 남원)이 있다. 남도국악원은 세 곳 중 유일하게 호텔 수준의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48실에 168명을 수용할 수 있어 국악 전공자, 교사, 공무원, 학생이 언제나 숙식을 하며 연수를 할 수 있다.

박영도(朴英道) 남도국악원장은 “진도는 소리와 춤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씻김굿, 강강술래의 환희, 진도아리랑의 유려함이 녹아 있는 민속의 보물창고”라며 “이런 특색을 살려 궁중음악 위주가 아니라 여러 계층의 음악을 아우르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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