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그녀는 요술쟁이’ 노라 에프런 감독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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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소니픽처스릴리징 코리아
사진 제공 소니픽처스릴리징 코리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의 샐리는 “여자들은 잠자리에서 한두 번은 거짓으로 오르가슴을 느낀 척해. 하지만 남자들은 자신에게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믿지”라며 사람들이 가득한 식당에서 오르가슴의 순간을 연기한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이 코믹한 장면을 시나리오로 써낸 노라 에프런(64·사진).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 ‘유브 갓 메일’(1998) 등 훈훈한 로맨틱 코미디를 감독했던 그가 신작 영화 ‘그녀는 요술쟁이’로 돌아왔다.

25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최근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한 에프런 감독은 “나도 (마법을 부리는) 마녀가 됐으면 좋겠다”며 입을 열었다.

“할리우드에서 여성이 감독을 한다는 것은 아주 힘들어요. 장점은 하나도 없지요.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여성은 진지한 고려 대상이 아니에요. 할리우드는 여성에게 아주 좁은 문만 열어놓고 있답니다.”

니콜 키드먼이 정상인처럼 살려고 노력하는 마녀 ‘사만다’로 등장하는 ‘그녀는 요술쟁이’는 1960년대 인기 높았던 미국 TV 시트콤 ‘아내는 요술쟁이’를 모티브로 한 로맨틱 코미디.

“오, 니콜은 너무 사랑스러워요. 니콜이 먼저 이 영화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제가 (그녀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써 나갔지요. 특히 그녀의 코는 TV에서 사만다 역을 맡았던 엘리자베스 몽고메리를 꼭 닮았어요.”

그러나 원래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으로 내정됐던 짐 캐리에게는 서운함을 내비쳤다.

“꼭 짐이 해주기를 바랐는데 그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짐을 대신한 코미디언 윌 패럴에게 100% 만족해요.”

에프런은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면서 동시에 유명한 수필가이자 소설가이기도 하다. 다음에는 또 뭐가 하고 싶은지 묻자 커다란 웃음소리가 수화기를 울렸다.

“의대라도 들어갈까요? 하하하. 한 가지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단지 영화 일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책도 쓰고, 희곡도 쓰고, 원한다면 잡지에 글을 쓸 수도 있어요. 행운이지요.”

그는 밥 우드워드와 함께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워싱턴포스트의 칼 번스타인 기자와 1976년 결혼했다가 4년 만에 이혼했다. 이때의 경험을 ‘가슴앓이(Heartburn)’라는 소설로도 남겼다.

에프런의 영화 속 여성들은 아주 당당하고 제 할 말을 다하는 현대적 면모를 보여주지만 때로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한결같은 주제는 로맨스다.

“당신에게 사랑이 없다면 당신 머릿속은 온통 그것 생각으로 가득하죠. 당신에게 사랑이 있다면 당신이 못할 일은 하나도 없어요.”

한국영화를 본 적이 있냐고 지나가듯 물었는데 그는 마치 미확인비행물체(UFO)라도 발견한 듯 “아! 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작년에 봤어요. 너무 좋았어요”라고 외치듯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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