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동막골’ 음악감독 日거장 히사이시 씨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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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음악은 행복한 표정에서 나오는 것 같다. 다음 달 4일 개봉되는 한국영화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의 음악감독을 맡은 일본 영화음악계의 거장 히사이시 조(久石讓·54·사진) 씨는 19일 인터뷰 내내 “우하하하”하며 어린애 같은 웃음과 표정을 잃지 않았다.

“내 음악을 듣는 첫 번째 관객은 바로 나 자신이에요. 내가 들었을 때 기쁘고 흥분되고 재미있고 행복한 음악을 만들어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난 그는 매니저 역할을 하는 딸 후지사와 마이(26) 씨와 함께였다. ‘…동막골’에서 오프닝 허밍을 직접 부르기도 했던 딸은 아버지에 대해 “음악처럼 순수하고 순진하다”며 웃었다.

히사이시 씨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년)의 음악을 맡으면서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살아있는 상징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리고 지난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이르기까지 미야자키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대부분의 음악을 맡아 온 인물. 그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세와 인간으로서의 자세 모두에서 미야자키 감독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영화음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 “전쟁영화지만 휴머니즘이 중심이라는 점과 ‘동막골’이라는 유토피아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마음을 두드렸어요.”

일본 방방곡곡 스튜디오를 옮겨 다니면서 작품 구상과 녹음을 하는 작업 스타일을 가진 그는 “밤을 새워 일하더라도 반드시 다음날 오후 1시에는 출근하는 생활이 영감의 비결”이라며 “영상과 음악의 심리적 속도를 일치시키는 게 영화음악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좋은 영화에는 좋은 영화음악과 나쁜 영화음악이 모두 나올 수 있어요. 하지만 나쁜 영화에는 결코 좋은 영화음악이 있을 수 없는 법이에요.”

올해 11월 한국에서 자신의 영화음악 콘서트를 직접 지휘하고 연주할 계획인 히사이시 씨는 “영화 ‘올드 보이’에 나오는 왈츠가 기억에 남는다”면서 “‘쉬리’를 보는 순간 일본영화가 한국영화에 추월당했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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