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결혼 6년차 스미스 부부의 권태기

  • 입력 2005년 6월 30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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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20세기폭스 코리아
사진 제공 20세기폭스 코리아
서로가 킬러임을 뒤늦게 알게 된 결혼 6년 차 부부가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의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이 영화에는 권태기에 이른 남편과 아내의 심리가 교묘하게 포개져 있다. 최근 심리경영서인 ‘당신 자신이 되라(Be Yourself)’를 펴낸 양창순(신경정신과) 대인관계클리닉 원장의 도움을 받아, 영화 속 스미스 부부의 권태기를 진단했다.

①왜 하필 결혼 6년 차인가?=스미스 부부는 상담인 앞에서 결혼생활 햇수를 두고 티격태격한다. 말끝마다 남편은 “결혼 5년 차”라고 하고, 이때마다 아내는 “6년 차”라며 정정하는 신경전을 벌이는 것. 이유는 호르몬 때문. 사랑에 빠지면 나오는 호르몬인 페로몬은 3년간 왕성하게 나오다가 이후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사랑도 식는다. 호르몬 분비가 끝난 뒤 1∼2년간 더 싸우다가 결국 지쳐서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는 시기가 바로 결혼 6년 차. 아내가 결혼 햇수나 각종 기념일에 집착하는 것은 그것을 잊지 않는 남편을 통해 자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 반면 아내가 그것을 기억해 줄 것을 강요한다고 받아들이는 남편은 무의식적 반항심리에서 ‘일부러’ 기억을 못하기도 한다.

②무덤덤하게 각자의 앞에 놓인 세면대를 쓰는 부부=권태기에 이르렀다는 징후다. 상대가 사용한 물건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느낄 때부터 부부 사이는 분명 소원해진다. ‘남편(아내)의 칫솔로 내가 이를 닦을 수 있을까’하고 자문한 뒤 부정적인 대답이 스스로 떠오르면 권태기에 들어섰음을 자가 진단할 수 있다.

③‘속이는 것’과 ‘나만의 비밀’=아내는 자신이 킬러인 사실을 남편에게 숨겨왔다. 그러면서 “남편을 속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을 합리화한다. ‘킬러’란 신분을 남편에게 밝히지 않는 것은 남편을 ‘속이는 것’일까, 아니면 ‘나만의 비밀’일까? 이를 설명하는 것이 ‘조하리 창(Johari 窓) 이론’. 인간관계에는 4가지 창이 있다고 한다. 즉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창(비밀 없음) △나는 알고 너는 모르는 창(나만의 비밀) △나는 모르고 너는 아는 창(너만의 비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무의식의 창. 부부 사이에 첫 번째 창(비밀 없음)이 넓을수록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100%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부부 치료의 한 과정이다. 상대방의 영역을 인정해 주는 것. 또 부부 간에 ‘속임’과 ‘비밀’의 개념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경계를 나누기 어렵다. ○4격렬한 싸움 뒤 격렬한 섹스?=서로에 대한 배신감에 불타는 스미스 부부는 총알 세례를 서로에게 퍼붓다 못해 육탄전을 감행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격렬한 섹스를 나눈다. ‘싸움 뒤의 섹스’에 대한 남녀 간 이해는 다르다. 부부관계를 남편은 화해의 절차(‘이렇게 하면 화해가 되겠지’)로 보는 데 반해, 아내는 화해의 결과(‘정서적으로 화해가 되었기 때문에 성관계도 할 수 있어’)로 보는 것. 준비가 되지 않은 아내를 남편이 강제함으로써 이른바 ‘부부강간’이 일어난다.

이승재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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