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 스토리’ 무대 뒤 24시 엿보기

  • 입력 2005년 6월 22일 03시 05분


발레리나 강예나 씨. 신원건 기자
발레리나 강예나 씨. 신원건 기자

화려한 발레리나들이 춤추는 무대 뒤편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30일∼7월 1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백스테이지 스토리(Backstage Story)’는 제목 그대로 막이 오르기 전,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코믹하게 다룬 발레다. 콧대 높은 주역 발레리나가 잘난 척하며 연습하다가 부상을 입고, 무명의 대역 발레리나가 신데렐라처럼 주역으로 무대에 서게 된다는 줄거리.

미국 무용계의 주목받는 젊은 안무가 크리스토퍼 휠든(뉴욕시티발레 상임안무가)의 2001년 작. 유니버설 발레단이 모던 발레 3편을 묶어 공연하는 ‘컨템퍼러리 발레 셀러브레이션’의 하나로 국내 초연한다(02-2204-1041).

오후 7시 반 막이 오르기 전까지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하루는…?

○오전 9:00∼낮 12:00/ 무대 점검

‘백스테이지 스토리’ 도입부에는 스태프가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 장면이 몇번 나온다.

바닥 청소는 무용수들의 안전을 위해 중요하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무용수들이 미끄러지기 때문에 최소한 공연 시작 1시간 전에는 바닥을 물걸레로 깨끗이 닦은 뒤 완전히 말려놓는다. 그럼에도 공연 중에는 무용수들이 흘린 땀이 바닥에 떨어져 미끄러지는 사고가 간혹 발생한다. 그래서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남자 무용수는 최악의 파트너.

무대 장치는 공연 2, 3일 전에 미리 설치한다. 무용수의 발목과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무대 위에 ‘댄스플로어’(고무로 만든 무용 전용 바닥)를 반드시 깐다.

○오후 1:00∼2:30/ 클래스

무용수들의 공연장 도착 시간은 개막 5, 6시간 전. 이때부터 1시간 반 정도 클래스(Class)를 한다. 클래스는 스트레칭 등 매일 하는 기본 연습이다. ‘백스테이지 스토리’에서는 신인 발레리나가 제일 먼저 연습실에 도착해 홀로 연습을 하고, 무용수에게 춤을 지도하는 ‘발레 마스터’(여자일 경우 ‘발레 미스트레스’), 반주를 해 주는 피아니스트가 차례로 나타난다.

가장 늦게 등장한 콧대 높은 주역 발레리나는 자신이 스텝을 틀리고도 되레 피아니스트에게 박자를 못 맞춘다고 신경질을 부린다. 이 역을 맡은 실제 주역 무용수 강예나 씨는 “억울하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요가라도 해야겠다”며 웃었다.

○오후 5:00∼6:30/ 분장과 식사

‘백스테이지 스토리’의 수석 발레리나는 개인 분장실에서 의상 도우미가 준비해 둔 의상으로 갈아입는다. 실제로 세계 3대 발레단 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경우 주역 무용수에겐 의상, 소품, 분장 등 10명의 도우미가 붙어 ‘시중’을 든다. 하지만 국내 여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 국내에서는 주역급 무용수라 해도 몇 사람이 무대에서 제일 가까운(제일 좋은) 분장실을 나눠 쓰고, 단역과 조역은 단체 분장실을 사용한다. 식사는 칼로리가 높은 초콜릿 등을 먹는 정도. 물은 가급적 마시지 않는다.

○오후 6:30∼개막/ 마인드 컨트롤과 워밍업

공연 1시간 전은 무용수들이 가장 예민한 때. 대부분 혼자서 자신의 동작을 떠올려 보며 침묵 속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무용이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예술과 다른 점은 무대에 나가기 전 무용수들이 미리 몸을 움직여 땀이 약간 나 있는 상태가 돼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공연 시작 20∼30분 전부터 미리 가볍게 춤을 추며 몸을 덥힌다.

극 중에서는 워밍업 도중 부상한 주역 대신 대역이 무대에 선다. 단독 주역에 대역(언더 스터디)이 있는 외국 공연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국내 무용 공연은 더블 캐스팅이 대부분이어서 대역을 맡은 신인이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는 일은 드물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