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판 한국문학 잡지 창간준비 하버드大 매캔교수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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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씨의 대표 단편 ‘풍금이 있던 자리’는 2002년 미국에서 번역 소개될 때 제목은 ‘눈먼 송아지(Blind calf)’로 바뀌고, 내용은 3분의 1가량 줄어들었습니다.”

데이비드 매캔 하버드대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교수(59·사진)가 16∼18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리는 ‘한국문학 연구를 위한 국제 교환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미국 내 한국문학 연구의 중심부에 서 있는 그는 하버드대의 유일한 한국문학 전공 교수다. 그는 “최근 한국문학이 해외로 진출하려고 힘쓰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풍금이 있던 자리’의 일부가 잘려나간 것은 잘 쓰이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이 작품이 실린 미국 문예지 ‘하버드 리뷰’의 크리스티나 톰슨 편집국장이 직접 편집에 나설 만큼 매력적인 소설이지요. 하지만 문화가 다른 나라로 소개될 때는 번역뿐 아니라 편집도 필요하다는 걸 작가들이 이해해야 합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가 되는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조차도 외국에 번역 소개될 때는 잘려나가는 걸 받아들여요.”

그는 “책들의 격전장인 미국에서 ‘한국문학’이 충분히 알려지려면 ‘전방위적’으로 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미국판 편집자인 린다 애시어에게 한국문학이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을 물어봤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일단 본격 문학을 ‘뉴요커(The New Yorker)’ ‘트라이 쿼털리(Tri- Quarterly)’ ‘플라우셰어스(Plou-ghshares)’ 등 문예지에 소개하라. 추리소설 같은 대중문학 작품들도 큰 상업 출판사에서 적극적으로 펴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알려야 한다. 즐거운 유머가 있는 책, 한국을 드러내는 책을 펴내라.’

1966년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왔다가 김소월 시에 매료돼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매캔 교수는 내년에 ‘진달래꽃’(Azalea)’이라는 최초의 영어판 한국문학 잡지를 하버드대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전 민음사 주간 이영준 씨와 함께 창간한다. 그는 또 “서울대 권영민 교수(국문학) 등과 함께 국제한국문학회를 이번 프로그램 기간에 창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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