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엄마 따로 아빠 따로’…그래도 울면 안돼

  • 입력 2005년 6월 11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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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따로 아빠 따로/임정진 글·허구 그림/152쪽·7000원·시공주니어 (초등 3학년 이상)

요즘은 사회 문제를 반영한 ‘의식 있는’ 동화들도 적지 않다.

삭발한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전경과 대치하는 노조원 엄마가 등장하는 동화부터 장애인 소외, 이혼문제, 빈부문제, 치매할머니를 소재로 한 동화까지. 하지만 이런 동화들은 종종 주제만 선명할 뿐 구성이 거칠거나 재미가 떨어진다.

비현실적인 동화도 꺼려지지만, ‘의식 과잉의’ 동화도 거부감이 드는 부모라면, 임정진의 책을 아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잘 알려진 저자는 밝고 따뜻한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본다. 청소년 소설 ‘지붕 낮은 집’에서 1970년대 달동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훈훈한 삶의 풍경화로 그려냈던 그는 이번에는 경쾌하고 발랄하게 이혼가정의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4학년인 ‘나’. 엄마 아빠의 이혼에 따라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한 뒤 아빠랑 누나와 함께 세 식구가 ‘이혼 그 후’의 삶에 적응해 가는 이야기가 아이의 1인칭 화자 시점으로 펼쳐진다.

아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했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을 짐짓 모르는 척, 능청스럽게 풀어갈 수 있다는 것. 이혼한 부모에게 심통난 열 살짜리 아이의 생각과 행동이 쿡쿡 웃음을 자아낸다.

감상적으로 흐르지는 않지만 간간이 드러나는 엄마를 그리는 마음과 아빠에 대한 걱정, 그리고 주위 시선을 의식하는 아이의 모습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찡하게 한다.

“돈가스라는 말 하나에 엄마 생각이 줄줄 따라오는 거야. 엄마가 돈가스 만들 때 내가 옆에서 도와 줬던 거, 튀기자마자 급하게 먹다가 입천장이 홀랑 데어서 엄마가 걱정하던 거, 엄마가 나 먹기 좋으라고 잘게 잘라주던 거. 그런 생각을 하면 자꾸 눈이 쓰라려….”

“6인용 병실에서 아빠 간호를 받는 애는 나뿐이야. 아빠가 집에 간 사이 옆에 아줌마가 물었어. ‘아빠는 직장에 안 나가시니? 엄마가 직장에 다니시니?’ 이럴 땐 당당하게 나가는 게 최고야. ‘엄만 따로 살아요. 우리 아빠는 화가라 집에서 일하세요.’ 그러자 아줌마들끼리 서로 복잡한 눈빛을 교환하는 걸 봤어. 이제 난 그런 게 눈에 다 보여. 그래서 짜증나기도 해. 아무튼 정확하게 대답해줬으니 다신 그런 걸 묻지 않겠지. 그래도 다행이지 뭐야. 아빠한테 안 묻고 나한테 물어서….”

이혼 가정의 이야기지만, 힘든 때일수록 서로를 아껴줘야 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밝고 따뜻한 글 분위기와 달리 삽화는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어서 아쉽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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