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자유주의 담론의 허실’ 보수 - 진보 논객 ‘한판’

  • 입력 2005년 6월 10일 03시 08분


코멘트
21세기 한국사회의 새로운 이념 담론으로 각광받고 있는 자유주의 이론가들이 한판 토론회를 펼친다.

서울대 철학연구회는 11일 오전 9시반부터 서강대 다산관 대강당에서 ‘자유주의와 그 적들: 한국 자유주의 담론의 행방’을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연다. 이 토론회에는 자유주의 연구가뿐 아니라 진보진영의 논객들도 참여해 자유주의 담론의 허실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중도적 자유주의자로 분류되는 존 롤스를 전공한 황경식(철학) 서울대 교수가 기조발표를 맡고, ‘자유지상주의자들 자유주의자들 그리고 민주주의자들’의 저자인 김비환(정치사상) 성균관대 교수, 우파적 자유주의 옹호론자인 작가 복거일 씨, 좌파적 자유주의라 할 수 있는 급진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윤평중(철학) 한신대 교수가 3개 소주제별 발표를 맡는다.

‘뉴 라이트’ 진영의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와 진보진영의 논객 김동춘(사회학) 성공회대 교수, 홍윤기(철학) 동국대 교수 등도 참여할 예정이어서 열띤 토론이 예상된다.

황경식 교수는 미리 배포한 ‘자유주의는 진화하는가-자유와 소유 그리고 공동체’라는 기조 발표문에서 “한국사회에는 심정적 자유주의자들이 넘칠 뿐 자신의 자유주의 버전(version)과 입장을 차별화할 구체적 대안이나 정책이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김비환 교수는 ‘현대자유주의의 스펙트럼과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라는 발표문에서 자유주의를 시장 우선적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우선적 자유주의로 대별한 뒤 한국사회의 보수는 전자, 진보는 후자에 치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한국의 보수는 반공과 시장자본주의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정작 자신들이 지켜야할 전통적 가치와 미덕들에는 무관심하고, 한국의 진보는 정치적 민주화와 공고화에 초점을 두는 바람에 정작 사회적 복지권 확립에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복거일 씨는 ‘자유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발표문에서 “자유주의는 오직 전통적 자유주의 하나만 있을 뿐인데 이를 신자유주의니 자유방임주의니 하고 부르는 것은 자유주의의 적(敵)들이 스스로를 자유주의로 치장하면서 전통적 자유주의를 공격하기 위해 갖다 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 씨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의 최대 적은 마르크시즘의 흐릿한 형태인 민중주의로 변태한 민족사회주의”라며 “흔히 우파이념으로 알려진 파시즘과 나치즘이 사회주의의 변형이라는 점에서 민족사회주의와 같은 뿌리를 지녔다”고 주장했다.

윤평중 교수는 ‘급진자유주의의 정치철학’이라는 발표문에서 “우파적 자유주의 찬양과 좌파적 반(反)자유주의라는 두 극단은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빚어낸 사상적 쌍둥이”라고 비판하면서 ‘급진자유주의’를 한국자유주의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 교수는 급진자유주의를 ‘인간의 얼굴을 한 자유주의’라고 지칭하면서 “시장과 민주주의의 동행을 위해 정치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시민의 공민(公民)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적 자유주의’보다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급진자유주의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윤 교수는 주장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