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93>水(물 수)

  • 입력 2005년 4월 26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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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는 굽이쳐 흐르는 물을 그렸다. 그래서 水는 ‘물’이나 물이 모여 만들어진 호수나 강, 또 물과 관련된 동작을 비롯해 모든 액체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먼저, 氷(빙·얼음 빙)은 얼음(빙·빙)이 물(水)에서 만들어짐을, 池(못 지)는 물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는 여성(也·야)과 같은 곳을, 海(바다 해)는 물에서의 어머니(每·매)와 같은 존재를, 源(근원 원)은 대평원(原·원)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근원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洪(큰물 홍)은 모두가 함께(共·공) 손을 맞대어 막아야 하는 ‘큰물’을, 消(사라질 소)는 물이 수증기처럼 작은(肖·초) 크기의 물방울로 변하여 ‘사라짐’을 말한다.

또 江(강 강)과 河(강 하)는 원래 각각 長江(장강)과 黃河(황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였는데, 이후 ‘강’을 지칭하게 되었다. 사실 江과 河는 각각 남쪽의 남아시아 어와 북쪽의 몽골 어에서 온 외래어이며, 그 때문에 지금도 남쪽의 長江 유역에 위치한 강들은 ‘江’을, 북쪽의 黃河 유역은 ‘河’를 그 이름으로 쓰고 있다.

다음으로 물과 관련된 동작이나 모습을 말하는 경우이다. 永(길 영)은 원래 사람이 강에서 수영하는 모습이었으나 永遠(영원)의 의미로 가차되자 다시 泳(헤엄칠 영)으로 분화했다. 또 滑(미끄러울 활)은 반들반들한 뼈(骨·골)에 물이 떨어졌을 때 도글도글 구르는 것처럼 ‘미끄러움’을, 沸(끓을 비)는 물이 아닌(非·비) 수증기의 상태로 변하는 ‘끓음’을, 泥(진흙 니)는 물이 섞여 끈적끈적하게(尼·니) 변한 흙을 말한다.

셋째, 汗(땀 한)이나 汁(즙 즙) 등은 물 같은 액체를 말하는데, 油(기름 유), 漆(옻 칠)도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하지만 ‘물’은 단순히 물리적 존재로서의 물의 의미를 넘어선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상선약수)’고 한 노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治(다스릴 치)나 法(법 법)에서처럼 물은 언제나 남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르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람이 살아가야 할 도리를 담고 있는 지극히 철리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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