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코리아]제2부 남을 배려합시다<4>흡연 에티켓

  • 입력 2005년 4월 2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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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배기 아들과 함께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주변을 걷던 최모(35·여) 씨는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자 당황했다. 알고 보니 담배를 피우던 행인이 무심코 턴 담배불똥이 아이의 얼굴로 날아온 것.

최 씨는 “다행히 얼굴 일부를 데는 것으로 끝났지만 눈에라도 튀었으면 어쩔 뻔했겠느냐”고 말했다.

2003년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에서 길거리 흡연으로 화상을 입거나 시력 저하 등의 사고를 당한 어린아이가 한 해 4만5000여 명에 이른다.

국내엔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통계가 없지만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인터넷 홈페이지(www.kash.or.kr) 게시판 등에선 이런 피해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부 김모(37) 씨는 얼마 전 유치원생 아이와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황급히 내렸다. 1평도 안되는 엘리베이터 안이 담배 연기로 가득했던 것. 바닥엔 담뱃재가 엉겨 붙은 가래침까지 있었다. 김 씨는 아이와 함께 13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한국의 흡연자들은 최근 금연 열풍과 비흡연자의 혐연권(嫌煙權) 주장에 밀려 상당히 위축돼 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담배를 피워대는 일부 흡연자들의 ‘두루누리(유비쿼터스) 습성’은 아직도 남아 있다.

학교 등 대부분의 공공건물이 금연이지만 복도 끝이나 계단, 화장실 등은 흡연공간으로 탈바꿈한 경우가 많다. 식당의 금연 표시는 무시되기 일쑤다. 재떨이가 없는 식당에선 밥그릇이 재떨이로 둔갑하기도 한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도 예외는 아니다. 국회의원회관 모 의원실에 근무하는 비서 A(29) 씨는 “복도 끝의 휴게실 탁자에는 분명 금연구역이라고 쓰여 있는데 탁자 위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담긴 종이컵이 놓여 있다”며 “화장실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는 대학도서관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이 줄지 않자 3번 적발 시 도서관 출입을 제한하는 ‘삼진아웃제’를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는 흡연자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흡연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1992년부터 클린 스모킹(Clean Smoking)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매달 전국적으로 200여 명의 회원이 도심에서 담배꽁초를 줍고 재떨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는 재떨이를 기증한다. 흡연 에티켓 홍보는 기본이다.

이 단체의 홍성용(洪性容·49) 사업부장은 “흡연자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정부도 담배 세금 중 일부를 쾌적한 흡연실 조성사업 등에 투입해 흡연자들이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증진법에선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지정 또는 표시하지 않는 건물주에게는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운 사람에겐 2만∼3만 원의 범칙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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